[ET톡]'고구마' 과학기술 기관장 인선

[ET톡]'고구마' 과학기술 기관장 인선

답답함이 목까지 차오른다.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을 비롯한 상당수 차기 기관 수장 인선이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다.

이번 정부 들어 선임이 반년 늦어지는 것 정도는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됐다. 본래 임기를 마치고도 '1년 더'를 바라보는 기관장까지 있을 정도다.

과기 기관장 인선 지연은 해묵은 일이지만, 근래에는 너무 심하다.

더욱이 근래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 과기 기관장 선임 절차가 언제 속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취재 현장에서 누구에게 물어도 속 시원한 답변이 나오지 않아 더욱 답답하다.

물론 기관장이 공석인 것은 아니다. 대부분 대행 없이 자리를 지킨다. 그렇다고 자리를 온전히 채운 것도 아니다.

현 제도 아래 출연연 기관장들은 본래 임기를 마친 후에도 후임자 선임 전까지 임기가 자동 연장되며 자리를 지킨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이들에게는 힘이 실리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임기 기약이 없는 기관장이 기관 운영상 굵직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꺼리기도 한다.

이에 각 기관의 의사결정이 굼떠진다. 격화되는 세계 과학기술 전쟁 속에 기회를 놓칠 우려가 크다. 이미 곳곳에서 기민성 악화를 토로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워낙 답답하니 온갖 생각이 떠오른다. '설마 그럴까' 싶으면서도, 기관장 임기를 자동 연장하는 현 제도가 선임 지연의 방편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런 와중에 출연연 원장 임기 만료 3개월 전 후임자 선임 절차에 들어가도록 의무화한 과기 출연연법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취지가 제대로 작동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전에 없던 희소식이다. 빠른 절차 착수가 인선 마무리까지 앞당겨 과기 기관장 인선 관련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기를 바란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