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처음 발견된 이후 현재까지 (2020년 2월 6일 기준) 중국에서만 2만4631명의 확진자, 49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중국과 가까운 일본, 한국, 홍콩, 태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에서도 감염자가 확인되고 있다. 2월 6일 기준 한국에서는 19명의 확진자가 확인된 상태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1월 30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 국제 공중보건 위기상황을 선포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 속도가 상당히 빨라 국제 사회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각 국에서는 검역을 강화하고, 전세기를 띄워 자국 교민을 수송해 보호격리하거나 중국 항공편을 전면 중단하며,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실시하는 등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한 노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박쥐에서 기생하던 바이러스가 중간 숙주를 거쳐 옮겨왔을 것으로 추정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2019-nCoV)는 포유류나 조류에게 흔히 감염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이다. 바이러스의 표면에 왕관 모양의 돌기들이 관찰돼 코로나(왕관)라는 이름이 붙었다. 알파, 베타, 감마, 델타의 총 4개 속으로 나뉘어 있는 거대 바이러스군이며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이 중 사람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는 이번에 발견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포함해 총 일곱 종이다. 이 중에서 4종의 코로나 바이러스는 라이노 바이러스와 함께 가벼운 감기 증상을 일으키기로 유명한 병원체다. 반면에 메르스(MERS)나 사스(SARS) 같은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는 종도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메르스와 사스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이 박쥐에서 기원한 베타 코로나바이러스 계통으로, 유전자 염기분석 결과 박쥐의 사스 유사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체와 89.1%의 유사성을 갖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정확한 기원은 아직 추정 단계다. 박쥐에서 기생하던 코로나바이러스가 다른 야생 동물을 중간 숙주로 거치는 과정에서 변이가 일어나 사람에게 전파됐다는 가설이 가장 유력하다. 중국의 한 연구팀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뱀에게서 유래됐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포유류와 조류 외의 다른 동물 숙주를 감염시킨다는 증거가 없어 가능성이 희박하다. 참고로 사스는 사향 고양이로부터, 메르스는 낙타에서 인간으로 전염됐다.
◇비말 감염으로 전파, 감염 속도 빨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는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기침과 콧물 등의 비말을 통해 바이러스를 퍼뜨린다. 감염 경로의 상당수는 비말이 묻은 손, 손잡이, 의복 등을 감염되지 않은 사람이 만진 뒤 그 손으로 코나 눈을 만지는 경우다. 바이러스가 콧구멍이나 눈의 점막으로 들어가 감염되는 것이다. 바이러스의 잠복기는 최장 2주로, 최근 무증상 감염자가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WHO는 이런 사례는 매우 드물다고 강조했다.
WHO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력을 수치로 계산한 결과, 한 명의 확진자가 평균 1.4~2.5명의 사람들을 추가로 감염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사스의 전파력은 2~5명, 메르스는 0.4~0.9 정도였다. 물론 예비 추정치이고, 관련 데이터가 많지 않기 때문에 감염 속도에 따라 수치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주로 발열과 기침,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 폐렴이나 심한 호흡기 증후군, 심지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현재까지 중국에서 나온 정보를 고려했을 때, 감염성은 크지만 치사율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 대다수도 노인이나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중증 환자들이다.
지난 2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치사율을 4~5% 수준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메르스(30%)와 사스(10%)보다 낮은 수치다. 다만 감염 확산이 지속되고 있고, 특히 중국 우한 내 의료 시설이 부족해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환자가 대다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치사율은 이보다 높아질 수도 있다. 물론 반대 상황도 가능하다. 감염자 수의 증가 속도가 사망자 수 증가 속도보다 더디고, 중국 이외의 국가 감염자들에게는 경미한 증상이 보이고 있어 치사율은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돌연변이 큰 RNA 바이러스,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은 어려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을 막기 위한 백신이나 치료제는 딱히 없다. 수액 투여와 항생제, 항염증제 처방 등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가 전부다. 이는 모든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통된 특징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약 3만개의 염기쌍으로 이루어진 RNA 바이러스인데, DNA에 비해 RNA는 화학적으로 불안정해 돌연변이가 심하게 일어난다. 이로 인해 바이러스의 수용체나 단백질 등이 쉽게 바뀔 수 있어 치료제 개발이 어렵다.
지난 1월 홍콩대 연구팀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고, 중국과 미국, 호주 등에서도 백신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상용화가 될지는 미지수다. 임상 시험을 거치려면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고,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생긴다면 백신 개발이 무의미한 일이 되기 때문이다. 사스와 메르스가 유행했을 때도 백신 개발을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상황이 급박한 만큼 의료진들은 기존 바이러스 치료제를 처방하는 등 대안을 찾아 치료를 진행 중이다. 중국과 태국의 의료진들은 에이즈(HIV) 치료제나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치료제 등을 환자에게 투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치료제들은 대부분 바이러스가 세포의 수용체나 효소에 결합하는 과정을 막는 항바이러스제다.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도 적용해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대안적 방법이기 때문에 확실히 효과가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결국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서는 엄격한 검역과 방역, 통제 조치 등의 의료 시스템과 사람들의 대처가 중요하다. 감염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지 않도록 빠르게 신고해 대처하고,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도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켜 감염을 예방한다면 바이러스의 전염 속도가 느려지고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 막연한 공포감보다는 질병관리본부의 수칙대로 자주 손을 씻고, 기침을 할 때는 입과 코를 가리고, 마스크를 쓰며 최대한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글: 오혜진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