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삼성SDI가 법정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와 배터리의 무연관성을 입증하는데 역량을 집중한다. 배터리 결함을 지적한 2차 ESS 화재사고 조사단의 화재조사 결과는 행정 효력이 없어 사실상 법적 다툼 밖에 길이 없기 때문이다.
9일 배터리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ESS 화재사고 조사단 화재조사결과는 행정 효력이 없다. '문제된 제품을 더 이상 생산하지 말라' 등과 같은 처분이 뒤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행정 처분이 아닌 만큼 당연히 행정관청 관할 고등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행정소송 요건도 충족하지 않는다. 지난 6일 ESS 화재사고 조사단은 근래 발생한 ESS 화재 5건 가운데 4건 원인으로 배터리 결함을 지목한 바 있다.
화재 원인 공방은 법원에서 최종 갈릴 전망이다. 배터리 생산업체인 LG화학과 삼성SDI는 이번 조사 이전 발생한 ESS 화재 관련, 삼성화재 등 일부 보험사들과 구상권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보험사는 배터리 결함으로 화재가 발생했다며 작년 보험 가입자에 준 피해 보상금을 양사에 청구하는 법적 절차에 들어갔다.
LG화학과 삼성SDI은 구상권 소송에서 승소해야 한다. 법원이 ESS 화재와 배터리 결함 간 인과관계를 받아들이지 않도록 입증하는 방법 밖에 없다.
법조계는 양사가 이번 소송에 사활을 걸 것으로 전망한다. 자칫 양사가 패소한다면 줄줄이 막대한 손해배상이 불가피하다. 향후 비슷한 화재 사고가 발생해도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보험사는 피해 업체가 (화재에 따른) 피해보상금을 달라고 하면 줄 수밖에 없다”면서 “소송 과정에서 피해 업체는 속칭 보조 참가해 배터리 업체를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는 피해 업체와 배터리사, 배터리사와 보험 회사간 치열한 법적 공방이 이어질 것”이라며 “배터리 업체는 행정 효력 없는 조사단 발표보다 소송에서 승소하기 위해 각종 반박 자료를 제출하는 등 사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LG화학과 삼성SDI는 법적 대응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사내 법무팀과 별개로 대형 로펌에 법률 자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법적 검토를 대폭 보강한 셈이다.
LG화학 관계자는 “구상권은 법무팀 담당이어서 자세하게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 “소송과 관련된 내용은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드릴 말씀은 없지만,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될 것 같다”면서 “당연히 (회사가) 받을 영향을 고려, 내부 법적 검토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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