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경영권 분쟁...조원태 "경영쇄신" vs 조현아 "재탕일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쇄신안을 내놓자, 경영권 분쟁 중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반발했다. 과거 발표되거나 수용하지 않은 요구를 경영쇄신안으로 포장했다고 비난했다. 양 진영 지분율 격차가 미미한만큼 주주들 표심을 얻기 위한 전략이 진흙탕 싸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2월 7일 이사회를 열어 지배구조 및 경영 투명성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한진그룹이 재무건정성 제고를 위해 호텔·레저사업 구조를 개편하고, 저수익 자산과 비주력 사업 매각을 본격화한다.

우선 전날 대한항공 소유의 송현동 부지, 왕산레저개발 지분에 이어 이날 칼호텔네트워크 소유의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 매각을 결정했다. 또 LA소재 윌셔그랜드센터 및 인천 소재 그랜드 하얏트 인천 등도 사업성 검토해 사업 지속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한진 소유 부동산, 그룹사 소유 사택 등 국내외 부동산과 국내 기업에 단순 출자한 지분 등도 매각 검토 대상에 포함시켰다.

일각에선 조 회장이 조 전 부사장이 애착을 갖던 호텔 사업을 정리해 복귀를 차단한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부동산 자산과 호텔 사업 정리를 요구한 KCGI와 손을 았기에 국민연금, 기관투자가, 소액주주로부터 지지를 받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한진그룹은 수송 사업 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히면서 항공운송 사업은 신형기 도입 및 항공기 가동률을 높여 생산성을 확대하기로 했다. 항공사 간 조인트 벤처, 금융·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제휴 등도 추진한다.

한진칼은 이사회 규정을 개정해 대표이사가 맡는 이사회 의장을 이사회에서 선출하도록 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경영의 투명성도 제고하기로 했다. 또 모든 그룹사에 보상위원회, 거버넌스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했다.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은 조 회장을 주축으로 결정된 한진그룹 경영쇄신안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KCGI가 수차례 요구했던 내용이 다수고,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고 꼬집었다.

3월 25일 한진칼 정기주주총회 이사회에 상정되는 조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 통과를 위한 주먹구구식 대책이라는 것이다.

KCGI·조현아·반도건설은 “대한항공 이사회가 결의한 송현동 부지매각은 이미 KCGI의 요구에 따라 2019년 2월 한진그룹의 재무구조 개선계획에 포함되었던 내용”이라며 “새로운 주주가치 제고 방안으로 포장하는 건 주주를 심각하게 기만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또 “그룹의 주력인 항공운송사업의 경쟁력 강화방안은 세부방안이 전혀 없다”며 “실행의지와 진정성에 심각한 의문을 들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호텔 및 레저사업 구조개편도 구체적 계획없이 '사업성을 검토하고 방향성을 정한다'는 모호한 말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CGI·조현아·반도건설은 “오로지 기존 경영권을 사수하기 위해 실질적 내용없이 과거 대책을 개선안으로 내놓으며 주주를 호도했다”며 “현 이사회가 특정 대주주를 위한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경영권 분쟁은 한진칼 정기주주총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조원태 진영(33.45%)과 반 조원태 진영(31.98%) 지분율은 각각 33.45%와 31.98%로 격차는 1.47% 포인트(P)에 불과하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재선임 여부는 미미한 격차로 판가름날 전망이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