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학 온라인 강의 규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속에 다시 도마에 올랐다. 해외에서는 물론 국내 고등학교에서도 주목하는 온라인을 통한 강의 혁신이 정작 고등교육의 최일선인 대학에서는 외면 받고 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온라인 수업을 권장했지만 오프라인 일제수업 방식만 고수해 온 대학은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10일 대학가에 따르면 수도권 소재 대학 대부분이 인프라와 인력 부족으로 신종 코로나에 대비한 온라인 강의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온라인 강의는 교수 강의를 단순히 영상으로 촬영해 온라인으로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시공간 제약 극복은 물론 다양한 툴을 활용해 학생들의 수업 참여율을 높이는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조별 토론, 프로젝트 수업, 실시간 의견 개진 등 한층 적극적인 수업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미래 교육 방안에서도 빠지지 않고 거론된다. 지방 대학이 재원 부족을 극복하고 참신한 융합 수업을 할 수 있는 수단도 된다. 고등학교에서도 다양한 선택 과목이 요구되는 고교학점제 운영에 필요한 도구로 꼽힌다.
현재 국내 고등교육법은 일반대학 온라인 수업이 전체 학점의 20%를 초과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사이버·방송통신대학 등 원격대학과 일반대학을 나누는 구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온라인 수업 제한을 두지 않으면 수업의 질 관리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학이 오프라인 수업을 단순한 온라인 영상 강의로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에 교육 과정 혁신을 꾀할 기회 자체를 제한한 것이다.
국내 대학은 이 같은 규제에 길들여져 온라인 강의 준비가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이보다 앞서 온라인 강의를 활성화한 대학이 있다면 신종 코로나 같은 위기 상황에 빛을 발할 만도 하지만 규제로 인해 과거 형태의 수업에 머물고 있다.
대학 관계자는 “수백개 강의를 촬영·편집할 장비, 인력, 시간 모두 부족하다”면서 “현재로는 온라인 강의 확대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대학 내 온라인 강의를 진행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최근 신종 코로나로 개강 연기를 권고하면서 감염병으로 인해 학사 운영이 곤란한 경우 온라인 수업 상한 기준 제외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감염병에 관한 경우에만 규제 완화를 적용하겠다는 뜻이다. 20% 제한을 30~40% 정도로 높이는 안이 유력하다.
대학 측은 이번 일을 계기로 대학의 온라인 강의 제한을 평상시에도 2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활용, 대학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대학 총장은 “교육부는 규제를 풀어 주면 질 낮은 온라인 강의가 많아져서 강의 질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한다”면서 “그러나 이는 교육부의 관리 강화와 대학의 자율 노력을 통해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장은 “미국 애리조나주립대나 미네르바스쿨 등 해외 대학은 온라인 교육을 통해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면서 “국내 대학에도 온라인 교육을 활발하게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 대학은 온라인을 활용한 교육을 통해 혁신을 추구한다. 애리조나주립대는 인공지능(AI) 등 에듀테크를 적극 도입했다. GFA(Global Freshmen Academy) 과정의 경우 대학 1학년 전 과정을 국내외 학생이 온라인으로 수강할 수 있다. 정부 재정 지원 축소에도 학생 수는 지난 15년 동안 5만명이나 급증했다.
미래형 대학으로 꼽히는 미네르바스쿨에서는 모든 수업이 온라인 화상 교육으로 진행된다. 2018년도 신입생 200여명 모집에 70개국 2만3000여명이 지원해 화제를 모았다. 매년 1~2%대 합격률을 유지하고 있어 하버드대, MIT보다 들어가기 어려운 대학이 됐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전체 학점 20%로 제한 규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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