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최초의 오스카상 수상.”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들려온 낭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각본상으로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처음 수상한 데 이어 국제장편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 감독상, 최우수작품상 등 4관왕에 올랐다.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발자취이자 한국 콘텐츠 산업계에도 희소식이다. 특히 새로운 콘텐츠 시장으로 주목 받고 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킬러 콘텐츠의 힘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봉 감독과 같은 뛰어난 천재적인 역량과 더불어 플랫폼 사업자의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봉 감독 역시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넷플릭스나 CJ 등 방대한 플랫폼 사업자의 지원에 힘입어 세계적 콘텐츠에 지속 도전할 수 있었고, 영화 '기생충'이라는 성과물을 낼 수 있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국내 OTT 시장 초기의 치열한 플랫폼 경쟁이 콘텐츠 투자 경쟁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OTT 시장은 SK텔레콤-지상파방송사와 CJ ENM-JTBC 등 크게 두 진영으로 나뉘었다. 양사는 현재 콘텐츠를 공유하지 않고 있다.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 합작으로 탄생한 '웨이브(WAVVE)'에는 CJ ENM과 합작 파트너 JTBC 콘텐츠를 서비스하지 않는다. 연내 출범할 CJ-JTBC 합작 OTT 역시 지상파방송 3사의 콘텐츠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진영 간 경쟁과 대립이 상호간 콘텐츠를 배제하는 방향으로만 진행되면 곤란하다. 성장 기반은 치열한 경쟁 속에 닦을 수 있다. 단순한 상호 콘텐츠 배제를 넘어 킬러 콘텐츠를 더 많이 확보하려는 경쟁으로 진화돼야 한다. 다행스럽게 SK텔레콤이 2023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고, 기생충 성공을 뒷받침한 CJ 역시 합작 OTT 법인 설립과 함께 콘텐츠 투자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탄소년단(BTS)과 기생충의 성공으로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콘텐츠가 될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 세계 시장을 매료시킬 킬러 콘텐츠 경쟁이 활성화, 제2의 BTS와 '기생충'을 탄생시킬 원동력이 됐으면 한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