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층과 비기득권층으로 나뉜 현실을 섬세하게 다룬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4관왕 달성과 함께 국내는 물론 세계 영화의 역사를 다시 썼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의 기록행진이 펼쳐졌다. 이날 '기생충'은 국내 관객 1000만명 돌파, 글로벌 40개국 개봉 등 호평 속에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외국어영화상, 미국 작가조합상·배우조합상·전미비평가협회상 수상에 이어 각본상·작품상·감독상·국제장편영화상·미술상·편집상 등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가운데 경쟁작 '1917'을 누르고 작품상을 비롯한 4개 부문(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 감독상)을 휩쓸었다.
아시아를 비롯한 외국어권 영화에 다소 배타적인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의 4관왕 달성은 국내는 물론이고 영화계에서도 괄목할 만한 포인트다. 먼저 아카데미 92년 역사상 최초 외국어영화 작품상과 아시아계 작가의 첫 각본상 수상은 글로벌 영화계의 트렌드를 바꿀 만한 핵심이다.
이는 빈부계층 간 현실적 측면을 유쾌한 듯 진지하게 다룬 기생충 매력이 공감을 얻고 있다는 단순한 사실과 함께, 한국영화가 가진 스토리라인이나 촬영기법, 영화편집기술 등이 여러 영역에서도 손꼽힐 만큼 상향화를 거듭하고 있다는 방증으로서 의미가 있다.
또 아시아계 감독으로서 두 번째로 감독상을 받은 것도 의미가 있다. 대만 출신 이안 감독 이후 두 번째 아시아계 수상이지만, 감독 이외에 영화 전반에 할리우드 자본과 배우 라인업 등으로 이뤄진 '브로큰백 마운틴'에 비해 순수 국내 자본과 기술, 한국어로 이뤄진 '기생충' 감독상은 촬영편집, 구성, 마케팅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봉준호 감독 개인의 역량에 대한 주목도뿐만 아니라, 영화 트렌드가 기존 할리우드 중심의 블록버스터급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대중의 공감 키워드를 충족할 만한 다각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 좋은 예시로도 큰 가치를 띤다.
국제장편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 수상도 상당한 의미가 부여된다. 1950년대 오스카상을 휩쓸었던 일본영화와 2001년 대만 출신 이안 감독이 만든 '와호장룡' 이외에 국제적으로 부각되기 어려웠던 아시아 영화가 '기생충'을 시작으로 새로운 트렌드로 서막을 마련했다는 점과 함께 구심점으로서 한국 영화산업의 발전 방향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공부할 때부터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말을 항상 새겼는데, 그와 함께 후보에 오른 것도 영광인데 상까지 받게 될 줄은 몰랐다”라며 “송강호, 이선균, 장혜진, 최우식, 이정은, 조여정, 박명훈 등 영화를 함께 만든 멋진 배우와 스태프, 홍경표, 이하준, 양진모 등 모든 예술가에게 찬사를 보낸다. 저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게 해준 바른손과 CJ, (북미배급사) 네온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제작자) 대표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정말 행복하다. 아카데미 회원에게 경의와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미경 CJ(배급사) 부회장도 “봉준호 감독에게 정말 감사하다. '기생충'을 사랑하고, 응원하고, 지원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