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당(가칭) 창당준비위원장은 오는 23일을 목표로 창당대회를 준비 중이다. 보수세력과의 통합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또 한 번의 '안철수 돌풍'을 노리고 있지만 4년 전 국민의당 보다는 주목도가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안 위원장이 정치권에 돌아온 지 3주가 지났으나 메시지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과거와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안 위원장은 4년 전과 마찬가지로 '무당층'과 '중도세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안 위원장은 지난 12일 창준위 첫 회의에서 “30% 이상의 무당층과 중도층 유권자들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큰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총선이 다가오면 무당층이 줄어드는 것이 통상적인데 이번에는 작년 12월 초 20%대에서 최근 30%대까지 더 증가하는 추세”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안 위원장의 생각과 달리 여론은 온도 차가 있다. 지난 7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조사일시 2월4~6일,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 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발표에 따르면 '안철수신당'의 지지율은 3% 수준에 그쳤다. 2016년 1월 국민의당 창당 선언 후 지지율은 한국갤럽 기준으로 13%, 2017년 2월 바른미래당 창당 선언 후에는 8%였다.
2016년 20대 총선은 '안철수 돌풍'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국민의당은 지역구 25석과 비례대표 13석을 획득해 총 38석을 얻었다. 야권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호남 28석 중 25석을 가져왔다. 광주에서는 8석 모두를 얻었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21대 총선에서 호남 지역 분위기는 과거와 다르다. 더불어민주당 한 최고위원은 “호남에서 현재 민주당 지지율이 '더블스코어' 정도로 높다. 이번에는 20대 총선과는 다를 것”이라며 “20대 총선에서는 정말 냉랭한 게 느껴졌다. 지금은 분위기 역전된 것을 그대로 느낀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호남의 반(反) 문재인 정서를 바탕으로 의석수 확보가 가능했지만, 현재는 호남 출신 이낙연 총리가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떠오르면서 여당에 힘을 실어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 호남 기반 3당 통합이 변수다. 바른미래당에서 안철수계로 활동하다가 대통합신당으로 넘어간 정치권 관계자는 “호남 기반 3당이 통합하면 비례대표를 그쪽으로 찍어줄 가능성이 높다”며 “안철수 위원장은 그 자체로 영향력이 있지만 보수세력과 통합하지 않고서 '독자 세력'으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럼에도 안 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보수세력 통합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그는 창준위 회의에서 “저는 중도의 영역에서, 제1 야당은 보수의 영역에서 치열하게 노력하고 혁신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에게 신뢰를 얻는 것이 야권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기득권 양당에 실망한 많은 유권자 분들이 저희를 지켜보고 있는 과정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민당은 창당 준비단계에서 당명을 두고도 난관에 부딪혔다. 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당' 당명 사용을 불허했다. '안철수신당'에 이어 두 번째다. 중앙선관위는 '국민당' 당명이 기존 '국민새정당'과 뚜렷이 구별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용을 불허했다. 국민당은 “전혀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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