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코리아' 뚝심, 산업계 '코로나19 면역력' 키웠다

국내 제조거점·공급망 갖춘 기업
잇단 대내외 변수에 영향 적어
중국 의존도 높은 기업은 직격타
핵심기술 내재화·공급망 다변화해야

'메이드 인 코리아' 뚝심, 산업계 '코로나19 면역력' 키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본의 무역보복,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등 산업 생태계를 위협하는 대외 변수가 잇따르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 가치가 새삼 빛을 발하고 있다.

제조 거점과 부품 공급망 중심을 국내에 둔 기업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에 그렇지 않은 기업은 대외 변수에 휘청였다. 메이드 인 코리아 가치를 극대화하려면 핵심 기술 내재화, 부품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내 최대 렌털 기업 코웨이는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등 110여종의 가전을 충남 공주 유구공장과 인천공장에서 전량 생산하고 있다. 주요 부품협력사도 국내 기업이어서 코로나19 사태에서 무사했다. 회사 관계자는 13일 “엄격한 품질 관리가 생명인 프리미엄 환경 가전 특성과 물류 등 효율성을 종합 고려, 국내 생산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호나이스도 충북 진천공장에서 정수기 등 주력 제품 60종을 생산, 피해가 없었다. 교원웰스는 인천공장에서 제품 5종을 생산하고 있으며, 협력사 4곳 역시 국내 생산을 하고 있다. 이밖에 쿠쿠는 양산, 쿠첸은 천안에 각각 공장을 뒀다. 이들은 일부 저가 제품을 제외한 프리미엄 제품을 국내 생산, 코로나19 영향권에서 벗어났다.

반면에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기업은 코로나19의 영향을 직접 받았다. '와이어링 하네스'라는 부품 한 종류의 공급이 끊기면서 국내 완성차 제조공장 라인이 멈추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중국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비중이 높은 A가전사는 중국 현지 공장 가동 중단 장기화로 신제품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PC업계는 생산이 중단되면서 졸업·입학 성수기를 놓칠 위기에 직면했다.

되풀이되는 대외 변수와 이로 인한 산업 생태계 피해는 '메이드 인 코리아' 가치를 새삼 돌아보게 만든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제조 설비를 해외로 이전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대외 변수가 발생하면 오히려 위험 관리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해외 이전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해외 이전이 갖는 경제적 이익을 부인하기가 어렵다. 이에 따라 무조건 국내로 유턴하거나 해외로 이전하자는 식의 '이분법'을 넘어 대외 변수를 최대한 억제할 지혜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산업계 안팎에서 집중 제기되고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 가치를 극대화하려면 국내 생산과 해외 이전 장점을 결합, 산업 구조를 신속 재편해야 한다는 해법이 제시된다.

핵심 기술 개발과 프리미엄 제품 생산 거점은 국내에 두면서도 해외 부품공급망을 최대한 다변화해 돌발적 대외 변수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부품 디렉토리(명부)'를 만들자는 제안도 나온다. 부품 수급처를 다변화하기 위해 어느 나라, 어느 기업이 어떤 부품을 생산하는지를 쉽게 검색할 수 있는 일종의 '부품 포털'을 만들자는 것이다. 산업계의 영향력이 커지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신남방정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같은 대외 변수는 언제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위험 관리 차원에서 핵심 기술, 핵심 인재 등 '코어(핵심) 가치'는 한국 내에서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면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