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51>위기에 감춰진 기회의 발견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51>위기에 감춰진 기회의 발견

“치료해 드릴 수 없습니다.” 베트남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정형외과에서조차 진료가 거부되는 답답함보다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만 머무르는 현실이 안타깝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에볼라바이러스감염증(에볼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정권이 바뀔 때마다 유사한 사건을 경험하지만 한계는 항상 거기까지다. 축적된 경험으로 상황 처리가 조금 능숙해질 뿐 피해를 막은 만족감 이상으로 얻는 것은 없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늘 위기와 함께 다니는 기회'를 찾는 노력이 동반되기를 바란다. 평소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기던 과감한 정책과 위기에서 습득한 지혜가 바탕이 돼 최선의 결과를 창출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대학 혁신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교육부는 원격교육 부작용을 우려해 일반 전공 20% 이상 온라인 강의를 허용하지 않고 있지만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도 1학기에는 그 제한을 풀기로 했다. 이번 기회에 원격교육의 장단점을 면밀하게 분석해서 미래를 지향하는 교육 환경으로 진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또 실시간 영상 강의 시설조차 갖추지 못해 개강 연기만을 고집하는 많은 대학이 혁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온라인 교육 환경과 콘텐츠 개발을 우선하고 평가시스템을 갖추면 미국을 능가하는 온라인 교육을 실현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통신 인프라와 교육의 열정이 맞물려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창출하고, 전자상거래와 공유 경제 도입에 걸린 시간을 단축하는 효과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51>위기에 감춰진 기회의 발견

기업과 공공기관도 재택근무와 원격근무를 보편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연일 코로나 확산을 우려하면서도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고 동일 공간에서 업무 수행을 하는 위험에 내모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정부가 스마트워크센터를 구축해 사이버 환경에서 시공간을 초월한 업무를 시작한 지 15년이 넘었다. 이번 기회에 지지부진하게 유지되고 있는 스마트워크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업무 환경 확충과 평가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우선 대면 보고 중심의 업무 혁신이 중요하다. 유연한 근무 형태는 위기 상황에서 업무를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정부와 기업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것이 틀림없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51>위기에 감춰진 기회의 발견

4차 산업혁명 기술 기반으로 지능화된 방역시스템이 절실하다. 신종 바이러스나 전파력 강한 질병은 계속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기반의 국가 질병관리 시스템을 완성해야 한다. 새로운 보건 산업의 장을 넓히는 기회도 될 수 있다. 연구 과제 수행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을 어떤 질병으로부터라도 보호할 수 있는 체계는 선진 국가의 필수다.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고 기술 중심의 완벽한 질병관리체계를 갖춰야 한다. 메르스나 코로나보다 더욱 심각한 질병이 창궐하면 돌이킬 수 없는 폐해를 각오해야 한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51>위기에 감춰진 기회의 발견

정부와 정치권은 이번 사태를 신뢰 회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자화자찬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잠깐이다. 중국 외교와 상황 파악의 어려움, 의학 정보 부족, 공무원의 부단한 노력 등 잘잘못을 진솔하게 국민과 공유하고 믿을 수 있는 정부로 거듭나야 한다. 국민은 정권 재창출을 노리는 '좋은 척하는 정부'와 진짜 좋은 정부 정도는 구별할 수 있다. 코로나19 극복의 주인공이 국민임을 자각하고, 가족을 감염시킨 격리 환자의 실수를 징계하기보다는 수없는 국민의 동참을 감사하는 정부의 유연함이 신뢰의 정부를 만드는 원동력이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