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장 씰링크 대표는 이른바 '재기 창업자'다. 1997년 실 유닛(밀폐장치) 전문 업체로 창업 전선에 뛰었든 이 대표는 연매출 20억원 이상을 내는 회사로 키워 냈다. 그러나 내부 직원 비위로 거래처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폐업의 고배를 들이켰다. 제품 개발에 몰두한 나머지 회사 경영과 관리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못한 탓이다.
“(폐업 후) 죽도에서 진행된 재기 중소기업 경영자 힐링캠프에 참여했어요. 한 대학에 마련된 창업 아카데미에서 1000시간 이상 수강하며 재창업을 꿈꾸게 됐습니다.”
이 대표는 2014년 3월 씰링크를 설립했다. 자본금은 장기카드대출(카드론)로 마련한 500만원이 전부였다. 폐업 여파로 급락한 신용등급 때문에 대출을 받기 어려운 그에게는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다.
씰링크는 지난해 10억원에 육박하는 연매출을 기록했다. 국내외 반도체·디스플레이업계에서 품질을 인정받으며 안정된 영업망을 구축한 덕이다. 현재까지 일본을 비롯해 미국, 독일, 중국,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6개국에 고객사를 확보했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일본 파나소닉에 '메탈 벨로스'를 수출하며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동안 밀폐장치 시장을 주도한 일본 업체를 기술력으로 제치고 얻어낸 수출 성과이기 때문이다. 메탈 벨로스는 두께 0.05㎜ 박판을 신축성 있는 주름관 형태로 만든 부품이다. 반도체 장비 내·외부 밀폐에 사용된다.
파나소닉은 지난 13년 동안 사용한 일본 업체 부품을 씰링크 제품으로 교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씰링크는 현재 또 다른 일본 제조 대기업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정 장비, 반도체 장비에 필요한 밀폐장치 공급을 협의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일본 수출 규제 이후 우리나라에 핵심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 열풍이 불고 있다”면서 “국산화는 물론 일본 기업을 제치고 세계 정상에 서는 것이 목표”라고 의욕을 내비쳤다.
이 대표는 올 하반기에 월 100만달러 수출 실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정했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 50억원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현재 반도체·디스플레이에 집중된 사업 구조는 앞으로 2년 동안 석유화학, 로봇, 철강, 선박 등으로 확대한다. 한층 높은 곳으로 도약하기 위해 코스닥 상장도 검토하겠다는 중장기 로드맵도 밝혔다.
이 대표는 “예비 창업자에게 한 번 실패해도 진정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면서 “시장과 트렌드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기업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