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플랫폼 기업 밀리의서재가 종이책 정기배송 사업에 본격 드라이브를 건다. 김영하·김훈 등 유명 작가를 섭외, 오리지널 콘텐츠를 종이책으로 제작해 구독자에게만 독점 선공개한다. 작가 팬덤을 확보해 이용자 저변을 넓히고 디지털과 아날로그 공존을 꾀한다.
20일 밀리의서재는 서울 중구 웨스턴조선호텔에서 김영하 작가가 7년 만에 낸 신작 장편소설 '작별 인사'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신작은 밀리의서재와 출판사가 공동 기획한 새로운 형태 정기구독 독서 콘텐츠다. 종이책은 3개월 기간 한정으로 밀리의서재 단독 공개 후 일반 서점가에 유통된다.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전자책과 배우 박정민이 녹음한 오디오북 형태로 제공된다.
밀리의서재는 월 9900원 구독료로 5만여권 전자책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10월부터 5000원을 추가 부담 시 격월로 오리지널 종이책을 배송 받을 수 있는 '밀리 오리지널 종이책 정기구독 서비스'를 출시했다. 향후 김영하 작가 신작 이후로 김훈 작가의 신작 판타지 소설, 백영옥 작가 신작 에세이로 라인업이 예정돼 있다.
일각에서 지적된 대형 작가 독점 논란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김태형 밀리의서재 유니콘팀 팀장은 “독점보다는 단독공개, 선출간 개념으로 봐 주시면 좋겠다”며 “추후 젊은 작가 신간이나 매거진 등 다양한 형태로 제공할 예정이며, 동네책방에도 독자들이 접할 수 있도록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동네책방 공급은 이르면 이번 주 중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김영하 작가 역시 “문학 시작 이래 많은 작가들이 신문 연재나 계간지 연재 작품을 묶어 출판하는 방식을 활용해 왔다”며 “선공개는 밀리의서재에서 하지만, 3달 후 일반 독자들도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독점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새로운 출판 방식에 대해서도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출판 시장에 플레이어가 많아질수록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측면이다. 과거 출판업계에서 문학동네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바람을 불러온 사례를 예시로 들었다. 그는 “예전에는 작가들이 문학과지성, 창비 두 출판사 외에 선택권이 없었다. 문학동네가 등장하면서 '선인세'와 같은 파격적인 제도가 등장했다”며 “밀리의서재 방식도 시장에 안착하면 작가들이 더 많은 선택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김 작가는 최근 불거진 이상문학상 사태와 관련해서도 의견을 보탰다. 이상문학상은 국내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문학계에서 권위가 큰 상이다. 그러나 올해 우수상 수상자인 김금희, 최은영, 이기호 작가가 모두 저작권 양도 등 불공정 계약을 문제로 수상을 거부하면서 사태가 촉발됐다. 이어 동료 작가들이 청탁 거부 운동을 전개하면서 문학계 전체 문제로 번졌다. 김영하 작가 역시 2012년 '옥수수와 나'로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동료 작가들의 투쟁을 온 마음으로 지지하고 있으며, 창작자들이 권리를 찾기위한 희생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예술인 권리 보장법'은 예술인들이 스스로 단결할 수 있는 지위를 부여하는 법이다. 예술가 한 사람으로서 20대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켜 주기를 요청하는 바”라고 전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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