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을 만나 “영화 산업 융성을 위해 영화 아카데미 지원을 늘리고 확실히 돕겠다. 그러나 간섭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의 제작·출연진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오찬에는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및 봉 감독을 비롯해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E&A 대표, 한진원 작가 등 제작진 12명, 송강호·이선균·조여정 등 배우 10명,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에게 큰 자부심과 용기를 줬다며 봉 감독 등에게 사의를 표했다. 송강호씨는 문 대통령 부부에게 봉 감독이 쓴 각본집 두 권을 선물로 증정했다. 오찬 메뉴에는 영화에서 화제가 된 '짜파구리'(짜파게티와 너구리 라면을 섞어서 끓인 요리. 영화 '기생충'에서 빈부격차를 보여 주는 소재로 등장)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우리 영화 100년사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 것도 아주 자랑스럽고, 오스카에서도 새로운 역사를 썼다는 사실이 아주 자랑스럽다”고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또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한 K팝, 한국 드라마, 주요 국제 음악콩쿠르에서의 한국인 수상 등을 언급하며 “한국은 문화 전반에서 변방이 아닌 세계 중심부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아직 문화예술 산업 분야의 저변이 풍부하다거나 두텁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영화 제작 현장이나 배급·상영 유통구조 등 문화예술계에도 영화 '기생충'이 보여 준 불평등이 존재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영화 제작 현장에서 표준 근로시간제, 주52시간 등을 준수한 봉 감독과 제작사에 경의를 표하면서 “영화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복지가 잘되도록 노력하고, 영화 유통 구조에서도 독과점을 막을 스크린 상한제가 빨리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봉 감독은 “지난해 칸 영화제부터 아카데미까지 대장정을 거쳐 여기까지 왔는데 (제작진·출연진이) 근래 많이 모인 적이 없었다”면서 “영광스럽게 청와대에서 대장정을 마무리하게 돼 기쁘다”고 답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