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용 전기요금 할인제도가 사라진다. 일반 전기요금의 60~70% 할인을 받아 온 요금이 2년 이후 정상화된다. 이 때문에 소비자나 완성차, 충전서비스 업체까지 온통 난리다. 소비자나 사업자가 치러야 할 비용 부담이 앞으로 2배, 최대 4배까지 늘기 때문이다.
한국전력공사는 2017~2019년 3년 동안 시행한 '전기차용 충전요금 특례할인 제도'를 2020년 7월~2022년 7월 단계를 밟아 폐지하기로 했다. 당장 올해 7월부터 충전요금 할인율이 현행 50%에서 30%로 낮아지고, 이후 내년 7월부터 2022년 6월까지 10%로 인하된다. 2022년 7월부터는 할인이 아예 없어진다. 기본요금도 1년 동안 50%, 이후 25%만 할인된다. 2022년 6월부터는 정상화된다. 이렇게 되면 전기차 이용자가 내야 하는 충전요금은 현재 ㎾h당(완속 기준) 60~100원 수준에서 내년 중반에 200원 안팎이 되고, 2022년부터는 300~400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자도 3년째 전기차를 타고 있다. 매달 2만여원을 내던 충전요금이 앞으로 1~2년 동안 2배 이상 오르고, 2022년 7월 이후부턴 3배 이상 늘어난 6만~7만원이 된다. 지금은 하루 30~40㎞ 주행에 700~900원이 들지만 그 이후론 각각 1500원, 2500원 수준으로 오르게 된다. 그래도 과거 내연기관차를 타던 시절에 15만원 정도 들어간 기름값과 비교하면 여전히 절반 이하다.
충전용 전기요금 정상화는 과연 문제가 있는가.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주고 있다. 또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기차 충전기와 설치·공사비 전부를 지원하고, 충전요금까지 할인해 왔다. 여기에 신차(전기차) 구매 시 400만원 상당의 각종 세금 감면 및 할인 혜택과 고속도로 통행료 및 공용주차장 이용료 50% 지원까지 하면 우리만큼 돈을 쏟아붓는 나라는 찾아볼 수 없다.
이처럼 많은 혜택을 지원하는 등 공을 들였지만 아직 10만대도 보급하지 못했다. 지난 7년 동안 매년 정부가 목표로 한 전기차 보급량을 달성한 건 2017년이 유일하다. 이제는 정책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의 다양한 보급 지원책에도 국내에는 아직 제대로 된 민간 충전사업자조차 없다. '요금'을 정부가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만 해도 충전사업자가 기존 유통·통신 업체와 연계해 각종 서비스 상품을 내놓으며 충전 편리성과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있다. 유럽·미국 정유업계도 주유소를 전기차 충전소로 바꾸며 미래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정유사는 자기 돈을 들여 충전소 구축에 선뜻 나서지 않는다. 충전요금을 시장원리와 상관없이 가장 낮게 책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이 자생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부 일방의 지원책 영향이 가장 크다. 지난해 유럽 시장은 전년 대비 45%(56만대) 성장했다. 유럽연합(EU)의 배출가스 규제와 전기차 보조금 지원 등 투트랙 정책 탓에 판매가 급등한 것이다.
폭스바겐 등 다수 업체는 미국에 팔기로 한 신차까지 보류하면 유럽에 집중하고 있는 형태다. 현대·기아차도 내년 유럽 전기차 배정 물량을 크게 늘렸다. 업계는 올해 유럽 시장이 이전보다 강화된 친환경차 규제로 100% 넘는 시장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당근(구매 보조금)과 채찍(시장 규제)' 투트랙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 각종 지원정책이 시장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이 됐지만 시장의 연속성을 보장하진 않는다. 이제 정부는 민간 생태계가 형성되고 자동차 가격이 인하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