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을 50일 남겨두고 한창 선거경쟁에 나서야 할 정치권이 코로나19 파도에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가 지역사회 감염으로 번지며 확진자가 급속히 늘어나자 사회의 관심은 총선이 아닌 방역과 국가 정상화에 쏠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1야당 원내대표의 코로나19 확진자 접촉으로 24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가 전격 취소됐다. 정치권은 진영 구축을 마치고 선거분위기를 띄어야 할 때이지만 총선 이슈 자체를 부각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에 총선판도 '개점휴업'
최근 일주일은 17일 미래통합당 출범, 20일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 23일 국민의당 출범, 24일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 통합과 민생당 출범까지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가장 바쁜 시기였다. 올해 초부터 분위기가 달아올랐던 중도·보수 통합, 정계복귀, 탈당과 이적, 창당 등 수많은 총선 대비 시나리오가 성과를 도출했다.
평상시 같았다면 지금은 진영마다 총선을 향해 '승리'를 외쳐야 할 때다. 정당별 공약경쟁이 치열해지고 지역별 공천 눈치싸움과 신경전, 그리고 전략지역에 대한 당 차원 지원이 가시화됐어야 했다. 하지만 지난 주말을 거치면서 코로나 사태가 '심각' 단계로 올라서면서 총선 분위기는 실종됐다.
앞서 여야는 코로나 사태와 관련 한시적으로 선거운동을 자제하기로 합의했다. 명함 배부, 악수 등 직접 접촉 선거운동을 하지 말고 사무소 개소식·당원 집회와 같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행사 등을 자제하자는 내용이다.
최근 사태가 예상보다 심각해지면서 정당 고민은 점점 커지고 있다. 대구·경북·부산 등 확진자가 급증한 지역에서는 후보자들이 아예 선거운동을 잠정 중단했다.
여야 할 것 없이 대부분 정당이 총선 개점휴업 상태나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공천과 선대위 출범 등 총선 준비에서 앞서 나갔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개점효과를 못보고 있다. 공동선대위원장이 22명에 달하는 매머드급 선대위를 구성했지만 출범식 자체는 차분한 분위기에 소규모로 열렸다. 통합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공천 작업에 들어간 미래통합당도 마찬가지다. 지역에 따라 공천면접을 무기한 연기하고 영상 면접 도입도 검토 중이다.
전열 정비가 늦어진 곳은 이목을 끄는데 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국민의당은 지난 23일 창당 행사 때 참석자를 줄이는 고민을 했다. 창당대회를 생중계하고 각 시도당과 당원들이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e-창당대회'를 가졌다.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민주평화당도 홍역을 치른 끝에 민생당으로 출범하지만 분위기를 살리기 어려워 보인다. 이미 여론은 총선 승부와 정당 간 이합집산보다는 코로나 대응에 집중됐다.
◇총선 전망도 안개 속
코로나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지금 정치권의 관심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민심이 총선에 어떻게 반영될지에 쏠렸다. 코로나 사태가 빠르게 진정국면에 돌입한다 하더라도 관련 민심은 총선까지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코로나 여파의 결과를 쉽게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분명 여권에 긍정적인 이슈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야권에 유리한 상황도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현재 선거운동에서 가장 많이 영향을 받는 곳은 21대 총선 초선에 나서는 정치 신인이다. 기존 지역구에서 제대로 된 기반조차 없던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본인을 알릴 방법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이미 많은 예비후보가 잠정 선거운동 중단을 발표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총선을 연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사태가 정권책임론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했다. 이에 국회 코로나특위 구성에서부터 정부 추경편성의 의결까지 야당과의 협치를 통한 속전속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추경안이 제출된 지 18일 만에 국회서 의결된 사례가 있다. 민주당은 이를 고려해 3월 중순 전에 코로나 추경은 의결한다는 복안이다.
야당은 정부 여당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대응방법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책을 제안하면서도 정부책임론 추궁보다는 국회 업무에 집중해 사태 해결에 동참하겠다는 뜻이다. 정쟁과 선거전에 집중하는 모습이 자칫 역풍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총선 승부는 안개 속이다. 이번 사태로 정부 여당에 실망한 표심도 있겠지만 사회가 불안할 수록 부동층은 단단해지고 표 이동은 줄어들기도 한다.
정상적인 선거운동이 힘들어지고 기간 또한 짧아진 것도 변수다. 당을 통합하고 신당을 창당한 진영에서는 그만큼 본인을 알릴 기회가 적어졌다. 선거 전장이 SNS와 유튜브로 옮겨진 것도 표심의 향방을 알기 힘든 이유 중 하나다.
정부 한 관계자는 “이번 코로나 사태가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는 분명 좋지 않은 이슈이긴 하지만 야당 입장에서도 마냥 공세를 취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사태가 진정된 이후 피해 집계와 관련 경제지표가 나오는 시점에서 여론 향방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표> 총선 D-50, 정당별 코로나 대응 현황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