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그룹에 이어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1% 늘렸다. 양측 모두 2020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이 없지만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장기화를 고려해 지분율을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델타항공은 20~21일 한진칼 주식 59만1704주를 추가 매입, 지분율이 10%에서 11%로 상승했다고 24일 공시했다. 델타항공은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라고 밝혔다.
델타항공은 2018년 5월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한 후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다. 업계에선 델타항공이 경영권 분쟁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진영에 섰다고 보고 있다.
앞서 조현아 3자 연합 구성원인 반도그룹도 지분율은 기존 8.2%에서 13.3%까지 확대했다. 지분은 대호개발, 한영개발, 반도개발이 나눠 보유하고 있다. 총 2969억원이 투자됐다.
반도그룹은 2020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음에도 한진칼 지분 5.1%를 추가로 사들였다.
증권가에서는 반도그룹이 한진칼 단일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적극적 지분 인수에 이어 향후 KCGI 지분까지 넘겨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진칼 기업보고서를 통해 “단기 차익을 노렸다고 보기에는 부자연스럽다”며 “반도건설이 향후 KCGI 물량까지 인수하는 형태로 대응하면 한진그룹 일가를 제치고 단일 최대주주로 등극이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최 연구원은 반도그룹이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 지속적으로 한진칼 지분을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부채비율 100% 가정 시, 반도그룹은 계열사를 통해 약 1조원의 자금을 어렵지 않게 동원할 수 있다”며 “이는 한진칼 주식 약 30%를 살 수 있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2020년 정기주주총회 의결권 기준 지분율은 조 회장 진영이 37.12%로 조현아 3자 연합(31.98%)를 앞선다. 하지만 델타항공과 반도그룹이 사들인 지분율까지 포함하면 격차는 기존 5.14% 포인트(P)에서 1.14%P로 좁혀진다
조현아 3자 연합은 정기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패하더라도 경영권 분쟁을 이어갈 전망이다. 임시주주총회를 요청하거나, 2021년 정기주주총회까지 우호 지분을 늘려 우위를 점하는 전략이다.
관건은 국내 기관투자자, 외국인투자자, 개인투자자 표심이다. 3월 25일 한진칼 정기주주총회 개최를 앞두고 나올 의결권 자문사의 한진칼 의안 분석보고서가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 연구원은 “주주총회 결과는 조 회장 진영의 사내·외이사 후보 제안에 달려 있다”며 “오너인 조 회장이 사퇴하고 검증된 전문경영인을 포함한 후보를 제안할 경우 의결권 행사 기관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경영권 분쟁 장기화 조짐
-
박진형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