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185조 저출산 대책, 2년연속 합계출산율 0명대..."OECD 유일"

빗나간 185조 저출산 대책, 2년연속 합계출산율 0명대..."OECD 유일"

정부가 10여년간 200조원에 가까운 재정을 투입했음에도 저출산 기조가 짙어지고 있다. 합계출산율이 2년 연속 0명대로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출산율이 감소할 우려가 커 인구정책을 전환해야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인구동향조사'(잠정) 결과를 보면 작년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92명을 기록해 역대 최저 기록을 새로 썼다. 사상 처음 1명 아래로 내려간 2018년(0.98명)보다 더 떨어졌다. 합계출산율이 0명대로 떨어진 국가는 2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통틀어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합계출산율이 1명으로 유지된다면 한 세대인 30년 뒤에는 현재 태어나는 출생아의 절반만 태어난다. 작년 출생아 수는 30만3100명으로 역대 최소인 반면 사망자 수는 29만5000명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한 데 따른 결과다.

출생자 급감과 사망자 증가 추세로 미뤄볼 때 당장 올해부터 인구절벽이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작년 4분기에 인구 자연감소(-7300명)가 발생했다. 2018년 4분기(-1200명)에 이어 두 번째다.

앞서 통계청은 작년 3월 발표한 '장래인구특별추계:2017∼2067년'에서 2019년 7월부터 2020년 6월 기준으로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할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가 저출산 기조를 막기 위해 거액의 예산을 투입해왔지만 정책실효성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06년부터 1∼3차에 걸친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추진해 작년까지 총 185조원을 저출산에 대응한 사업비 등으로 사용했다.

예산을 세부적으로 보면 2006∼2010년 1차 기본계획 때는 약 20조원, 2011∼2015년 2차 기본계획 때는 약 61조원을 사용했다. 2016∼2020년에 걸쳐 추진 중인 3차 기본계획에는 작년까지 약 104조원이 투입됐다.

작년에 투입된 32조원(96개 과제)을 세부적으로 보면 '2040세대 안정적인 삶의 기반 조성'에 14조6000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컸다.

하지만 합계출산율은 2006년(1.13명)보다 오히려 0.21명 줄어든 성적표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재원이 사회 구조를 바꾸며 근본적인 저출산의 원인을 해결하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문제를 해소하기에 급급한 '땜질식' 처방이었다고 지적한다.

이삼식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정부가 사교육을 없애고 학벌 차이를 없애는 구조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아이를 키우는 데 돈이 많이 드는 이유는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노동시장에서 차별이 생기기 때문에 사교육 등 양육 시스템이 고비용 구조로 이어지는 것"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유럽에서 페스트가 급속히 확산했던 시대에 출산율이 급감했듯, 올해 코로나19로 다소 반등할 것으로 보였던 출산율이 내년에는 최악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