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태양광발전 계통접속 지연 문제를 해소할 대책을 내놨다. 정부 '재생에너지 3020' 정책에 발맞춰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희망하는 사업자는 매년 늘고 있지만 계통접속 지연 문제가 누적돼 정책과 현장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을 적극 수용한 조치다. <본지 2019년 7월 23일자 3면 참조>
산업통상자원부는 다음 달 2일부터 한국전력공사 배전선로의 태양광발전 계통접속 허용 기준을 20% 상향한다고 26일 밝혔다.
기존 태양광발전 계통접속 용량의 경우 일반 배전 선로는 10㎿까지 연계할 수 있었다. 다음 달부터는 12㎿까지 연계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전기를 운반하는 1개 배전 선로에 10㎿ 태양광 설비까지 물릴 수 있었다. 예를 들어 100㎿ 태양광 설비를 연계하려면 10배의 배전 선로가 필요한 셈이다.
산업부는 지난해 7월 접속 용량을 11㎿로 10% 상향하는 실증에 이어 12㎿로 20%로 상향하는 실증을 연이어 실시했다. 예컨대 1000㎖를 채울 수 있는 물통에 지금까지는 500㎖ 정도만 담아 사용했다면 앞으로 700~800㎖까지 늘려 사용해도 안전성이 확보되는지를 검증했다. 실증에는 규정 전압 범위(1만3000~1만3800V) 유지가 전제 조건이었다.
실증 결과 설비 용량 대비 발전 최대 출력은 6월 76%, 7월 74%, 8월 68% 수준으로 비슷하거나 큰 변화가 없었다. 이는 계통접속 허용 기준을 늘려도 실제 배전 선로를 타고 흘러가는 전기 양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방증한다. 접속 기준을 20% 확대하더라도 배전 선로에 과부하가 발생하는 등 이상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을 발표한 이후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려는 사업자의 계통접속 신청이 급증, 접속 대기 물량이 크게 증가했다. 2016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누적 기준 계통접속 신청은 14GW로, 아직까지 5.9GW 설비가 접속 대기 상태다. 정부는 접속 대기 물량 해소를 위해 한전과 함께 실증을 실시, 접속 허용 기준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태양광 설비 접속 허용 기준 확대로 배전 선로 신설이 필요한 9585개 발전소(2214㎿) 가운데 35%에 이르는 3335개 발전소(725㎿)의 즉시 계통접속이 가능해졌다. 이는 배전 선로 추가 시공 기간을 1년 앞당기는 효과다. 지역별로는 △전북 1032건(170㎿) △광주·전남 767건(171㎿) △대구·경북 468건(124㎿) △대전·충남 375건(76㎿) △강원 209건(54㎿) △경남 200건(44㎿) △충북 134건(34㎿) 순으로 즉시접속이 가능하다.
정부가 태양광 계통접속 대기 물량 해소에 본격 나서면서 재생에너지 보급 확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기존 배전 선로 계통접속 허용 기준을 일부 확대하는 것이어서 장기로는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관련 업계는 계통접속 허용 기준 확대를 시작으로 재생에너지 '보급'과 '계통' 간 균형을 맞출 근본 대책이 마련될지 주목하고 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