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마스크' 판매처 지정에도 정무 판단?

[기자수첩]'마스크' 판매처 지정에도 정무 판단?

“정부가 마스크 판매를 논의하자고 했다가 문자 메시지 하나로 일방 취소를 하고 (편의점을) 판매처에서도 제외했습니다. 소비자 접점이 넓고 가격 통제력이 있는 유통 업체를 제외한 것은 어떤 정무 판단인지 묻고 싶습니다.”

정부가 공적 루트로 확보한 마스크를 편의점에서도 판매하기로 했다가 제외하자 업계 관계자가 꺼낸 말이다.

정부는 국내에서 당일 생산되는 마스크의 50% 이상을 공적 판매처에 출고하도록 결정하고 농협·우체국과 약국, 편의점에서 판매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지난 26일 편의점 업체와 만나 관련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내부 사정'이라는 짧은 문자 메시지로 모임을 일방 취소했다.

편의점업계는 갑작스러운 회의 취소, 편의점이 판매처에서 제외된 배경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약국의 편에 서기 위한 결정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편의점은 전국에 4만여개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 소비자 접점이 가장 넓은 판매처 가운데 하나다. 자체적으로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개별 약국보다 가격 폭등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가격 통제력도 있다.

이번 마스크 판매에서도 편의점이 공적 판매처로 지정될 경우 넓은 판매망으로 소비자 이용이 쉽고 소상공인 가맹점주 매출을 늘릴 기회도 될 수 있었다.

공영홈쇼핑을 통한 판매는 기존 회원이 아닌 경우 구매를 위해 회원 가입 등 절차가 필요하다. 또 불특정 시간대에 깜짝 판매하는 방식이어서 소비자 불편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약국에 마스크를 공급하기 위해 정부는 새로운 배송업체를 지정해서 운영해야 한다. 그러나 편의점은 전국에 물류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어 이 같은 절차도 간소화할 수 있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여러 장점이 있는 편의점을 제외한 것은 정부의 마스크 수요·공급 안정화를 위한 취지와도 부합되지 않는다. 정부는 정무 판단에 따른 결정이 아니라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코로나19 사태를 조기에 종식할 합리적인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또 업계에 일고 있는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정책 변경의 이유를 잘 설명해서 오해를 없애야 한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