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정 부분 사실이다. 이전까지 활동하고 있는 기업의 제품과는 남다른 점이 있어야 치열한 경쟁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업 후 회사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요인이 요구된다. 그것은 '위기관리 능력'이다.
경영 활동 중에는 수많은 위험에 노출된다. 이 중에는 예측 가능한 위험도 있지만 때로는 상상하지 못한 위험에 직면하기도 한다. 갑작스런 도난, 화재 등으로 회사의 커다란 자산이 유실될 수도 있으며 천재지변 등으로 몇 년 동안 준비해 온 사업 내용들이 송두리째 사라지기도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1998년 외환위기, 최근 신종 코로나로 인한 갑작스런 경기 경색 등도 일
반적인 범주에서 대비하기 어려운 요인이다.
위에서 열거한 위험을 경영자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를 설명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가 위험의 단어 뜻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이다. 영어 단어 중 '위험'을 뜻하는 단어는 크게 'danger'와 'risk' 두 가지가 있다. 우리는 이 두 단어를 동일하게 위험으로 해석하지만 사실 이 두 단어가 지칭하는 위험은 전혀 다르다. danger는 무언가 손실 내지 손해를 야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하지만 risk는 다르다. risk는 무조건 손실 내지 손해만 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보다 긍정적인 상황이 전개될 수 있는 가능성도 함께 내포하고 있는 개념이다. 보통 전자를 상방위험(upside risk), 후자를 하방위험(downside risk)라고 한다.
단어 구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미권 문화에서는 오래전부터 위험은 상황에 따라서 얼마든지 회피하거나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대상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이익을 볼 수도 있는 대상으로 간주해 왔다. 즉, 위험은 관리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실제로도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직면하는 다양한 위험 상황 중에는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오히려 더 좋은 성과 내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요인이 존재한다. 따라서 위험은 회피하거나 수수방관 결과를 기다려야 할 대상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할 대상인 것이다. 더불어 우리가 무언가 이익을 추구하는 데에는 반드시 위험이 수반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우리는 아무런 성과도 기대할 수 없다.
뛰어난 위험관리 능력을 갖추기 위해 또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해당 위험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해 해당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경우다. 이를 가리켜 '통제의 환상(illusion of control)'이라 한다. 이러한 통제의 환상은 해당 문제에 대해 사전 학습 내지 조사를 철저히 수행한 사람들이거나 관련 내용에 대해 과거에 성공한 경험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더욱 잘 드러나는 경향이 있다.
주식투자를 위해 시장 상황, 해당 산업의 기술 동향과 해당 기업의 재무 상황 등을 면밀히 조사한 사람은 투자를 실행할 때 자신감을 갖는다. 그리고 이러한 자신감은 투자로 유발될 수 있는 손실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형성한다. 바로 통제의 환상이 형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투자는 예상치 못한 시장 변화로 인해 얼마든지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 해당 분야에서 장기간 탁월한 성과를 발휘한 CEO들 역시 이전과 다른 위기 상황이 전개되어도 자신은 이를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 경우가 많다. 이 역시 대표적인 통제의 환상이다.
지금 자신의 회사는 위기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는 CEO가 있다면 '통제의 환상'이라는 단어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보기 바란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