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초비상] 중국 이어 베트남까지 입국 제한 확대…소부장 글로벌 사업 차질 촉각

국내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가 늘면서 글로벌 밸류체인을 갖고 있는 기업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생산, 판매는 물론 통상적 업무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

◇부품 공급·기술지원·공장 증설 등 제약…생산차질 우려

국내 스마트폰 부품 업체가 대거 진출한 베트남과 삼성·LG·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체가 투자를 집중하던 중국의 입국 제한 조치로 생산 및 사업 계획 차질이 우려된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지난 26일부터 코로나19가 급증한 대구, 경북 거주자와 최근 14일 이내에 이곳을 방문한 경유자 입국을 금지했다. 그 외 입국자는 입국은 가능하지만 14일간 자가 격리를 하도록 조치를 강화했다.

베트남은 국내 전자 산업계 핵심 제조 기지가 있는 곳이다. 삼성전자는 전체 스마트폰의 절반 이상을 베트남에서 만들고, LG전자도 베트남에서 스마트폰을 생산한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TV, 세탁기, 냉장고 등 다양한 가전제품을 베트남에서 만들다보니 완제품에 들어가는 들어가는 케이스, 카메라 모듈, 디스플레이 등을 만드는 부품 협력사들도 베트남에 집결해 있다. KOTRA에 따르면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수는 4000여개를 넘는다.

이들 베트남 진출 기업은 대부분은 주재원과 현지 인력들로 구성돼 있지만 입국 제한 조치로 본사의 기술 지원에 제약이 생길까 우려하고 있다.

베트남에 공장을 둔 부품업체 관계자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거나 라인에서 기술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 한국 본사 인력이 나가 안정화를 하고 문제가 생기면 기술 지원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베트남 출장이 제한을 받거나 입국이 금지될 경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장을 새로 짓거나 증설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에 TV용 OLED 공장을 세우고 있다. 설비를 들여 놓고 수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 광저우 당국도 한국발 입국자를 제한하면서 한국에서의 출장 및 기술 지원을 원활히 받기 어렵게 됐다. 자칫하면 가동 지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국 시안2공장 증설을 추진 중인 삼성전자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장비 입고 지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상 협력업무 온라인으로 단기 대처…불확실성에 대책수립도 '막막'

기업들은 상황에 따라 해외 출장 제한을 금지로 확대하고 거래처 미팅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등 업계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싱가포르 등 주요 국가에 한국인 입국 금지조치가 시행되며 필수 인력들이 해외로 출국하지 못해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LG전자는 지금까지 베트남 출장을 제한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28일부터 당분간 베트남 출장을 전면 금지시켰다.

LG전자 관계자는 “해외 출장은 내부 시스템을 통해 각 국가에 해당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향후 입국 제한국이 전방위적으로 확대될 경우 심각한 사업 차질을 우려하고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될때 글로벌 공급망 차원에서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출장이 금지된 국가에선 화상 회의를 확대하는 등 궁여지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하늘길이 막히면서 항공업계도 비상이다. 외항사는 자국 조치에 따라 인천행 노선 운항을 중단하고 있다. 미국 하와이안항공 영국 브리티쉬항공 등은 선제적으로 비운항 조치했다.

국내 항공사는 한국인 및 한국 경유자 입국이 금지된 국가 항공권을 구매한 소비자에 환불조치하고 있다. 코리아 포비아가 주변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어 저비용항공사(LCC)뿐 아니라 풀서비스항공사(FSC)도 부담이다.

정부가 운수권을 배분, 항공사에 신규 노선 취항 기회를 부여했지만 실질적 대안은 되지 못하고 있다. 입국금지 가능성이 열려있는데다 중장거리 노선의 경우에는 LCC가 보유 항공기 문제로 즉각 취항이 어렵다. 국내 항공사는 자구책으로 유·무급휴가 장려, 임원 급여 반납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정부를 상대로 조건없는 금융지원을 요구한 이유다. 또 공항시설사용료와 세금의 유예가 아닌 감면 및 면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는 생산차질에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출근 시 열화상 카메라와 체온계 등을 활용해 체온을 측정하고, 마스크를 착용토록 하고 있다. 직장 내 곳곳에 손세정제를 비치하고 주기적 방역을 실시한다. 출장을 자제토록 하고 불필요한 모임을 지양해 코로나19 감염 우려도 낮췄다. 소비자 접점에 있는 대리점 직원도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지침을 내렸고, 소비자가 탄 차량도 주기적으로 소독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도 사태 장기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지화가 돼 있기 때문에 입국 제한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본사와의 협력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한 화학업체 관계자는 “현지 파견된 주재원과 엔지니어가 있다 해도 자칫 공장 유지·보수에 지장이 생긴다면 생산 능력 저하는 불 보듯 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표 석유화학 업체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한화솔루션은 중국 닝보와 우한 등에 진출해 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