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일명 구글세로 불리는 디지털세 기본골격 합의안을 승인했다. 글로벌 기업 이익 일부에 대해 시장소재국에 과세권을 배분하는 게 핵심이다.
대상 사업과 총매출액, 과세율 등 세부 쟁점 논의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전망이다. 그러나 '고정사업장(서버) 중심 과세'라는 현행 국제조세 체계 변화를 위해 중대한 한 걸음을 내디딘 것만은 분명하다.
디지털세는 최종 결과에 따라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논의에 참여하는 모든 국가가 자국 기업 이익을 위해 치열한 외교전을 지속할 전망이다.
◇OECD가 합의한 기본 골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1월 말 다국적기업 조세회피 방지대책(BEPS) 포괄적 이행을 위한 137개국 다자간 협의체 IF(Inclusive Framework) 총회를 열고 디지털세 부과를 위한 기본 골격에 합의했다. G20은 지난달 22~23일 재무장관 회의를 통해 합의안을 정식 승인했다.
합의안은 디지털세를 2가지 접근법(2 Pillar Approach=P1, P2)으로 구분해 논의하는 게 골자다. P1은 고정사업장이 없는 시장에서도 새로운 과세권 배분 기준을 도입하는 것으로 디지털세 논의 핵심이다. P2는 조세회피 방지를 위한 글로벌 최저한세를 도입하는 게 목적이다.
P1 합의내용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 다국적기업 '글로벌이익 일부'에 대해서 시장소재국에 과세권을 배분토록 했다. '글로벌이익 일부'는 '시장 기여분'으로, 기업 주도 단순 영업활동이 아니라 시장(소비자)과 상호작용을 통해 창출된 이익이다. 소셜미디어 가입과 활동 등 달라진 서비스 이용 행태를 고려한 것이다.
적용 대상은 디지털서비스사업(SNS, 검색, 광고, 중개 등)과 소비자대상사업(컴퓨터, 휴대폰, 자동차 등)이다. 규모 기준은 해당 다국적기업 글로벌 총매출액, 대상사업 총매출액, 이익률, 배분대상 초과이익 합계액이 일정규모 이상일 경우로 했다.
배분방식은 글로벌 이익에서 통상이익을 제거하고 초과이익 중 시장 기여분에 대항하는 배분금액을 도출, 배분기준에 따라 국가별 배분한다.
P2는 다국적 기업 소득에 대해서 특정 국가가 과세권을 행사하지 않거나 낮은 수준으로 행사하는 경우, 상대방 국가에 과세권을 부여한다. IF는 이를 위한 4가지 규칙을 마련, 일정 수준 이상일 경우 과세 대상으로 삼기로 했다.
◇넘어야 할 산 많아
IF는 7월 독일 베를린에서 세부 정책사항을 협의한다. 기본 골격은 마련됐지만 아직 결정해야 할 사항이 많다.
우선 글로벌 총매출액과 대상사업 총매출액 기준을 결정해야 한다. 매출 기준이 얼마로 결정되는지에 따라 디지털세 과세 대상 여부가 달라진다. 통상이익률과 초과이익 배분비율 역시 마찬가지다. 각국 기업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IF 총회가 137개국 만장일치 제도로 운영되는 만큼 최종 합의 도달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업뿐만이 아니다. 각국 세수 확보에도 영향을 미친다. 디지털세는 특정 기업 세금을 늘리려는 게 아니라 합리적 과세가 목적이다. A 국가에 내던 세금을 사업을 영위하는 B 국가에 내는 형태로 달라진다. 국익 확보에 최대한 도움이 되기 위한 합의안(국가별 배분기준 등) 도출이 향후 논의 주요 쟁점 중 하나다.
임재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원칙적으로 특정 기업 글로벌 세 부담은 중립을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논의가 이뤄진다”면서 “세수와 국익 확보에 최대한 도움이 되도록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무이행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대안을 인정해 주는 '세이프 하버(Safe Harbor)'도 7월 회의 때 재논의될 전망이다. 새로운 기준 적용 여부를 대상 기업이 결정하는 것으로 미국이 강하게 주장하는 내용이다.
디지털세의 강제성을 완화, 미국이 자국 기업을 보호하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 그러나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가 디지털세 무력화 우려를 제기하며 반대입장을 표명해 도입 가능성은 미지수다.
◇기대와 우려 상존
IF가 7월 총회에서 대상 매출액 등 디지털세 세부 사항을 결정하면 같은 달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이를 상정·추인한다. 최종안은 올해 말 마련될 예정으로 제도 시행에는 2~3년이 걸릴 전망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은 상황 전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종 결과는 불투명하지만 디지털세 도입이 가시화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국제 정책을 거스르지 않는 동시에 자사 유불리를 따져 대응할 수밖에 없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구글은 공식적으로 OECD 디지털세 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면서 “올해 초부터 각국 지사에 조세구조를 더 투명하게 하자고 권고하는 등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OECD 사무국에 따르면, P1 도입 시 글로벌 세수는 약 140억달러(약 17조원), P2 도입 시에는 720억달러(약 87조원)으로 예상된다. 세수 증대보다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세금 부과가 목적인만큼 조세회피 같은 문제점이 해결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반면에 총매출액 기준 등 세부 사항이 강대국에만 유리하게 결정된다면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또 디지털세 도입 실패를 대비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OECD 디지털세 기본합의안의 주요 내용과 전망' 보고서에서 “OECD가 디지털세 합의에 실패할 경우 각국이 독자적으로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정부는 두 가지 가능성에 대비해 동시에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