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갑룡 경찰청장은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n번방 수사 국제공조 촉구 청원'에 대해 “텔레그램에 대한 외국 법집행기관과의 직접 공조를 확대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올해는 인터폴 아동성착취물 대응 프로젝트의 유일한 후원(펀딩)국으로서, 한국 경찰이 인터폴 차원의 공동 검거 작전을 주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착취 사건인 'n번방 사건'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국제공조 수사를 청원합니다'라는 내용의 이 청원은 지난 1월 2일부터 한 달간 21만9705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웹하드 카르텔이 붕괴되고 카카오톡 등 단체 대화방을 통한 성착취물 공유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자 'n번방' 등 해외 메신저앱인 '텔레그램'을 통한 성착취물 공유가 새로운 문제로 등장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경찰이 '소라넷'과 '다크웹 아동성착취물사이트', 해외 음란사이트, 웹하드 카르텔을 성공적으로 단속해 온 것처럼 적극적인 국제공조 수사를 통해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것을 요청했다.
민 청장은 “청원인이 말했듯이 경찰은 사이버성폭력의 심각성과 위험성을 깊이 인식하고 지금까지 적극적인 단속·수사활동을 펼쳐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앞서 경찰은 2016년에는 네덜란드 수사기관과의 공조수사를 통해 당시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던 '소라넷' 서버를 폐쇄했다.
2017년부터는 미국, 영국 등 38개국 수사기관과 국제 공조해 다크웹 아동성착취물 유포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를 구속했다. 국내·외 이용자 349명을 검거했다. 당시 이러한 수사결과를 2019년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 미국, 영국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 발표하기도 했다.
2018년에는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제보 받은 536개 유통플랫폼 등을 집중수사하면서 불법촬영자와 음란물 유통사범 등 3847명을 검거하고 136명을 구속했다.
민 청장은 “2019년부터는 텔레그램을 이용한 사이버성폭력에 엄정 대응해 텔레그램방 운영자와 공범 17명, 아동성착취물 유통·소지 사범 50명 등 총 67명을 검거했다”고 말했다.
경찰 뿐 아니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피해자 신고 및 중점 모니터링 등을 통해 인지된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 153개(2월 25일 기준)에 대해 텔레그램 측에 삭제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삭제되지 않은 대화방에 대해서는 심의를 거쳐 접속차단 조치를 시행했다고 덧붙였다.
민 청장은 “그러나 이와 같은 단속과 조치에도, 사이버성폭력 범죄 행위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면서 “2월 10일부터 상반기 동안 텔레그램을 포함한 SNS, 다크웹, 음란사이트, 웹하드 등 사이버성폭력 주요 유통망에 대해 집중 단속을 전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경찰청 및 전국 지방청에 설치된 사이버성폭력 전담 수사팀 전문 수사관과 일선 사이버수사요원을 총동원해 텔레그램 등 사이버 성착취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때까지 수사역량을 집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한 4가지 구체적 계획도 발표했다.
우선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장을 팀장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 수사 TF'를 구성해 조직적, 체계적으로 단속활동을 진행한다. TF는 2월 24일 구성됐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과에 '텔레그램 추적 수사지원 TF'도 설치한다. 수사기법을 개발하고 이를 현장에 지속적으로 교육·전수한다.
두 번째로는 인터폴 및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토안보수사국(HSI) 등 외국법집행기관과의 협력이나 외교 경로를 통한 국제형사사법공조 뿐만 아니라, 해외 민간 기관·단체와의 협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민 청장은 “2018년 끈질긴 노력 끝에 미 국토안보수사국(HSI)과 함께 대형 서버업체 'C 社'의 협조를 이끌어 내 종전에 수사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던 해외 음란사이트를 다수 단속했던 것처럼, 텔레그램에 대한 외국 법집행기관과의 직접 공조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인터폴 차원의 공동 검거 작전도 주도한다. '불법촬영물 추적시스템' 등 경찰이 자체 개발한 국내 시스템과 인터폴 '아동성착취물 데이터베이스' 등 국외 시스템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민 청장은 “실제 텔레그램을 통한 성착취 사건은 아동과 청소년 피해자가 많다.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성범죄를 끝까지 수사해 범죄자가 반드시 처벌받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로는 텔레그램 등 온라인을 이용한 성착취물 유포가 돈벌이로 악용될 수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가상통화, 온라인 문화상품권 등 최신 결제수단을 악용한 첨단범죄라도 끝까지 추적해 범죄자를 검거하고, 찾아낸 범죄 수익은 기소 전 몰수 보전 신청한다고 했다. 국세청에 통보해 과세자료로 활용토록 하는 등 범죄 의지를 원천 차단한다.
마지막으로 수사 과정에서의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관계기관과 피해자 보호 활동에 앞장서는 등 회복적 정의 실현에도 힘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민 청장은 “신종 성범죄의 경우, 일선 경찰이 잘 알지 못해 자칫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더욱 주의하겠다”며 “현장 수사관을 대상으로 2차 피해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매뉴얼을 개정·배포하는 등 수사관 인식 개선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관계부처간 협력도 강화한다. 모니터링과 기술 개발, 불법영상물 삭제 및 유포 차단, 가해자 처벌, 피해자 지원 등을 위해 여성가족부, 과학기술부, 법무부,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및 민간단체와 협력한다.
민 청장은 “경찰청·여성가족부·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관계기관이 함께 구축한 '불법촬영물 통합 관리 DB'를 활용해 불법촬영물을 신속히 삭제·차단하는 등 디지털성범죄 24시간 상시대응체계를 가동해 피해자 보호 및 지원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도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 해결에 관한 청원'이 올라온 상태다. 1월 15일부터 2월 10일까지 10만명이 동의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관련 청원이 회부된 상태다. 국회 입법절차의 따라 관련 법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