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세가 국내 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정확한 대답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디지털세 근간인 '새로운 과세권 배분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밑그림은 7월에나 나올 예정이다. 그럼에도 OECD가 제시한 개념을 토대로 대략적인 영향을 추정해볼 수는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기업 가운데서도 규모가 큰 최상위 기업이 영향권에 놓인 것으로 관측된다.
OECD가 합의한 디지털세 골격의 가장 큰 특징은 디지털 사업뿐 아니라 소비자 대상 사업(주로 제조업)도 디지털세 부과 대상에 포함했다는 점이다. 그 영향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디지털 기술이 매출에 도움을 줬다면 그에 합당한 세금을 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PC, 가전, 휴대폰, 자동차 등이 모두 소비자 대상 사업에 해당한다.
소비자 대상 사업을 하는 다국적 기업 가운데 글로벌 총매출액이 크고 이익률, 초과이익이 일정 규모 이상인 기업에 대해 디지털세를 부과한다.
이때 기준 설정이 문제가 된다. 특히 '통상이익'과 '초과이익'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어떻게 동의 가능한 현실적 기준으로 설정할지가 핵심 포인트다. 이 기준에 따라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진다.
정부와 산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 정도가 디지털세 영향권에 들어 있다. 삼성전자는 매출과 이익 규모 등을 고려할 때 디지털세 부과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업이다. 삼성전자 2019년도 연간 실적은 매출 약 230조원, 영업이익률 12%다. 휴대폰과 세탁기, 냉장고 등이 디지털세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매출과 이익 규모가 큰 반도체가 완성품이 아닌 원자재라는 이유로 디지털세 논의에서 제외된 점은 다행스럽다. LG전자와 현대자동차 모두 영업이익률이 3%대여서 디지털세 대상이 될지 불분명한 상황이다.
디지털세 과세 대상이 되더라도 반드시 해당 기업이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디지털세를 도입하더라도 기업이 국내외에 내는 세금 총액은 달라지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이른바 '이중과세'를 막아 국내 기업의 피해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매출 비중이 큰 삼성전자 등이 디지털세 대상에 포함되면 국내 세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삼성전자 해외매출 비중은 86%에 달했다. 2018년 이 비중은 90.1%였다. 삼성전자는 2018년 납부한 총 조세공과금 17조8000억원 가운데 86%를 한국에서 냈다. 따라서 디지털세가 현실화하면 이 세금 가운데 상당액이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무시하기 어렵다.
다만 국내에서 영업 중인 해외 다국적 기업이 지금까지 안 냈거나 적게 냈던 세금을 추가로 낼 가능성도 있어 세수유출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OECD는 7월 IF총회를 한 번 더 열어 핵심 정책사항을 합의하고 연내 최종안을 확정한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