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여행, 예식 등이 취소되면서 위약금을 두고 업계와 소비자 간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과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병 확산에서도 비슷한 논쟁을 반복하고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날선 비판을 가한다. 이번주 발표되는 추가경정예산에서 위약금 지원책이 담길지 관심이 쏠린다.
감염병 확산으로 다수 여행건이 취소되면서 공정위는 지난달 27일 여행업협회 관계자들과 현안회의를 개최했다. 검역 강화국에 대해 위약금을 면제해주면 좋겠다는 입장을 협회 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위약금을 면제하더라도 범위 선정에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입국 제한·강제격리 조치 국가로 한정할지, 검역강화 수준에 그친 국가까지 포함할지 입장 정리가 되지 않아서다.
따라서 소비자와 업체가 여행 취소 위약금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소비자는 한국소비자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하거나 민사 소송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전 세계적인 감염병을 주기적으로 겪으면서도 소비자와 업계 간의 위약금 문제를 해결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15년에도 메르스 공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돌잔치나 수학여행을 앞두고 있던 소비자들이 잇따라 취소해 위약금 문제가 불거졌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2015년 메르스나 기타 전염병이 퍼졌을 당시에도 계약 취소 등에 따른 소비자 피해와 관련해 비슷한 논란이 반복돼왔다”며 “정부 차원에서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에 감염병 발생 상황에 적용할 지침을 명시하는 등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사실상 정부가 위약금 문제를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번복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여행업도 사정이 어려워 공정위가 위약금을 받지 말라고 강제할 법적인 근거도 없다”며 “외교부가 제공하는 입국 제한 정보 등을 보고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자 여론에서는 위약금 부담에 대한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 산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1월 20일 이후 감염이 확산되면서 여행을 비롯해 행사 예약취소를 두고 소비자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코로나19 소비자상담맵을 보면 올 1월 20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코로나19 관련 위약금 취소 등에 관한 상담이 3854건에 이른다. 그 중 해외여행이 1788건, 항공 여객운송 서비스는 484건, 예식 서비스는 473건 등이다.
한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이번 주 추경안을 발표한다.
일각에선 소비자와 여행사 양쪽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감염병 확산으로 인한 산업계와 소비자간 해외여행 환불과 위약금 부분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
코로나19 여파 여행·예식 등 취소
지난 한달여 관련 상담 총 3854건
공정위, 면제 강행할 법적 근거 없어
소비자는 민사 소송으로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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