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서비스 사각지대가 의외로 넓다.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시각·청각 장애인이 대표 사례다. 스마트폰으로 뉴스, 생활정보 등을 접하는 일반인과의 정보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동통신사가 내놓는 장애인 대상 통신 서비스는 낮은 요금에 음성통화·문자를 무제한 쓸 수 있게 하거나 데이터를 더 제공하는 게 전부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는 장애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미국은 주정부와 시민단체가 격차를 줄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역별 장애인 지원 센터가 있다. 일정 시간 이상 교육을 이수한 특수교사가 장애인을 돕는다. 집에 찾아가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준다. 특수교사로 활약하는 장애인도 흔해졌다. 장애인 분야 전문가는 미국과 같은 특수교사 20~30명만 있으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장애인이 급증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5세대(5G) 이동통신도 지역 간 불균형이 심각하다. 5G 기지국이 대도시에 집중돼 있어 중소 도시는 혜택을 받기 어렵다. 한정된 비용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이통사는 트래픽 발생량이 높은 지역을 우선순위로 영역을 확장할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 이통사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정부가 나서서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국과 일본은 도시 외곽 지역에 기지국을 설치할 때 자금 지원이나 세제 혜택을 제공, 지역 간 격차를 줄일 예정이다.
통신서비스 사각지대가 좀처럼 좁혀들지 않지만 이에 대한 관심도가 낮은 게 현실이다.
정치권의 관심은 온통 통신비 인하에 집중돼 있다. 매년 국정감사 시즌, 선거철만 되면 같은 주장을 되풀이한다. 4월 총선을 앞둔 만큼 언제든 재연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통신비에 쏟는 열정 절반만이라도 통신서비스 사각지대 해소에 할애하면 당장 많은 국민이 실질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연례행사가 된 통신비 인하 논란을 지켜봐야 하는 장애인, 중소 도시 시민들이 허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