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구형 아이폰 성능을 고의로 저하시킨 혐의로 미국에서 제기된 집단소송에 대해 최대 5억달러(약 5950억원)에 이르는 합의금을 지불한다.
법원이 승인하면 애플은 미국 내 아이폰6 등 구형 모델 소비자 1인당 25달러를 보상한다. 애플은 과실을 부인하며 소송에 따른 부담과 비용을 피하기 위해 합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프랑스에서 관련 혐의로 애플에 벌금형을 부과한 데 이어 미국에서도 민사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국내 소송 역시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국내에선 6만5000여명에 이르는 소비자가 참여의사를 밝힌 이른바 '배터리 게이트' 집단소송이 진행 중이다.
법무법인 한누리에 따르면 2018년 애플 본사와 애플코리아를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2차 변론기일이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다.
앞서 1차 변론기일에서 소송 위임 여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만큼 2차 변론기일부터는 손해배상 책임과 액수를 두고 본격적인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한누리가 제시한 손해배상 청구금액은 1인당 20만원이다. 집단소송 제도에 따라 모든 소비자가 보상받는 미국과 달리 국내는 소송 참여인만 보상 대상이다. 미국 소송 결과를 반영해 국내 보상 금액 역시 일정 부분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누리 집단소송에는 아이폰 이용자 6만4000여명이 원고인단으로 참여했다. 재판부 요청에 따라 현장 출석과 인감증명 등을 제출한 위임인은 8000여명이다.
구현주 한누리 변호사는 “그동안 위임 관계를 논의하느라 본안 소송은 이제 시작 단계”라며 “미국 합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국내 소송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 과실을 묻는 형사 소송도 진행 중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2018년 1월 2018년 1월 팀 쿡 애플 대표이사와 다니엘 디스코 애플코리아 대표이사를 재물손괴죄, 업무방해죄로 형사 고발했다.
올해 초 검찰이 2년여 만에 불기소 처분을 내렸지만 다시 항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박순장 소비자주권 팀장은 “미국은 물론이고 프랑스 등에서도 사실상 애플 책임을 인정하고 소비자에게 배상하는 방향으로 판결이 나오고 있다”면서 “국내 법원도 이를 참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프랑스 경쟁소비부정행위방지국은 이달 초 애플에 대해 2500만유로(약 326억7650만원) 벌금 판결을 내리고 일정 기간 프랑스 애플 홈페이지에 해당 사실을 공지할 것을 명령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