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컨설팅 회사 매킨지의 분석에 따르면 1차 산업혁명 때와 비교했을 때 변화 속도는 10배 빠르고 범위는 300배 더 넓고 영향은 3000배 이상 큰 세상에 살고 있다.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속도와 범위로 생활 방식과 일하는 방식, 심지어 생각하는 방식마저 달라지고 있다.
이런 광속의 변화에 여러 영역이 민첩하게 대응해 가고 있지만 일부 영역은 그렇지 못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직업 교육 영역이다. 세상의 변화는 가속되고 있는데 이에 비해 대학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하기까지 기간은 오히려 길어지고 있다. 점점 더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지만 전공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직업을 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편에서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은 느는 등 모순 상황이 점점 더 심화하고 있다.
이런 모순된 상황을 완화시키는 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 특히 직업 교육 영역이 풀어야 할 숙제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전문성 공백, 이른바 스킬 갭이 중요한 원인이라는 것에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직업이 탄생하고 융합이 일반화되면서 기술 간,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짐에 따라 새로운 전문성을 갖춘 인력 수요가 늘어나지만 전문 인력 양성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전문성 공백이 이슈화되고 있다. 심지어 새로 배출한 전문 인력조차도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전문성을 높이거나 다른 전문성을 익혀야 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공교육 중심의 직업 교육으로는 전문성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학위나 자격을 취득하는 것으로 직업을 보장받지 못하며, 고령화에 대응해 고령 노동자가 현장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 재교육 또는 평생교육 환경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전통의 학습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공교육 체계에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됐다.
공교육만으로 급변하는 환경 대응에 한계는 있겠지만 공교육은 협력, 소통, 팀워크, 다양성, 일관성, 창의 사고, 데이터 관리 등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전문성을 기르는 직업 교육의 방향을 결정하고 선도해야 하는 역할에는 변함이 없다.
이전의 산업혁명에서도 전문성 공백이 문제였지만 전문 인력을 양성해서 대응할 수 있는 여유는 있었다. 2차 산업혁명 초반인 1890년께 전기가 보급되기 시작했지만 전기보급률이 50%를 넘어서기까지는 약 30년이 걸렸다. 새로운 직업인 전기공이 본격 양성된 1918년 이후에야 산업 생산성이 급격히 향상됐다. 인공지능(AI) 전문 인력이 부족해 AI 전공자의 몸값이 치솟고, 전문 인력 양성에 지원을 대폭 늘리고 있는 요즘의 현상과 닮았다.
현재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의 3분의 2는 새로운 직업에 종사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일명 다보스포럼)은 '직업의 미래' 보고서에서 단순한 문제 해결과 같은 좁은 의미의 전문성(하드 스킬)은 점차 AI나 로봇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향후 갖춰야 할 능력으로 복잡한 문제 해결력, 확실한 사고력, 창의성, 인사 관리 능력, (타인과의) 조정력, 감성 지능, 판단 및 의사결정 능력, 서비스 지향, 협상력, 인식(인지)의 유연성 등 이른바 '소프트 스킬'로 부르는 열 가지를 꼽았다. 공식 학습만으로 이런 역량을 습득하게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 사회 전반에 걸친 파트너들과 협력해 비공식 학습 영역을 확대함으로써 실효를 거둘 수 있다. 변화를 선도하는 주체들이 직업 교육 주체로서는 물론 평생교육 문화를 일구는 주체로서 적극 참여해야 한다.
다음 주에는 일자리나 교육 대상인 동시에 4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이어야 하는 '개인'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4차 산업혁명 보고서' 저자
jkpark@nanotech2020.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