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우리 일상생활 속으로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과거와 다른 점은 이러한 혁신기술이 우리 일상에서 지속 반영돼 사용된다는 점이다. 신기술 확산처럼 지속 가능한 성장은 지역혁신성장에도 희망을 준다. 이로써 지역의 균형발전과 국가 혁신성장으로 견인하는 '골드 체인 키' 역할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약 3년 전부터 '과학기술 중심 지역혁신 기본방향' '4차 산업혁명 선도 지역 거점 창출전략' 등을 통해 지역혁신성장이 곧 국가 균형발전과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으로 이를 실행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 같은 정책 공통점은 지역 균형발전과 혁신성장을 위해선 정부출연연구원 지역 분원이 중심이 돼 달라는 점이다. 본원의 핵심 원천기술을 연계해 지역 기업에 사업화 기술을 공급하고, 또 지역 분원 간 수평적인 협력을 통해 지역 특화 사업화 기술을 공급함과 더불어 지역 기업 사업화 애로기술을 지원함으로써 지역 혁신성장을 주도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지역의 성장은 더디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7년 기준 'e-나라지표'를 보면 경기(23.9%), 서울(21.5%)을 제외한 전국 14개 시도의 GDP 기여율은 모두 10% 이하다. 특히 대구, 전북, 강원, 대전, 광주, 제주는 3.0% 이하로 GDP 기여율이 매우 낮을 뿐만 아니라 낙후되어 있다. 바꿔 말하면 지역 혁신성장 폭이 여지가 있다는 희망을 방증한다.
최근 중국에서 밀려오는 저가 상품의 높은 파고는 낙후된 계곡을 벗어나려는 지역의 발목을 잡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성장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건실하게 성장해가던 지역의 태양광 관련 기업은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밀려나고 있고, 일부 광 분야 기업도 값싼 중국산 제품을 수입해 '메이드 인 코리아'로 만들어 유통업화하는 경향이 있다. 지역혁신성장을 위한 지역 기업으로의 특화기술 공급, 애로기술 지원, 그리고 상품화와 사업화 지원이 절실한 시기다. 지역특화 기술공급을 위해 다음과 같이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정부부처 연구개발(R&D)과 지방자치단체 실증사업의 융합이다. 정부 연구결과물이 지자체의 실증사업 예산과 결합해 지역특화기술 상품으로 탄생하고 정부출연연구원의 기술 공급과 지원하에 지역 기업 주도로 사업화되면 좋겠다. 이로써 지역 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정부출연연구원 본원의 기초원천기술과 지역 분원의 핵심 응용기술 결합이다. 이를 통해 기초원천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지역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상품으로 탄생할 수 있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바우처 사업과 지역 특구사업 활성화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셋째 지역 기업 수요를 바탕으로 하는 목적형 R&D 활성화다. 우리나라는 아직 독일처럼 정부출연연구기관과 산업체 간 민간 수탁사업이 원활하지 않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지역 분원이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기술수요를 적극 발굴하고 정부의 R&D 비용을 지원받아 기업과 같이 기술상품을 개발해 사업화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역 출연연 분원들의 융합기술 결합이다. 지역 분원은 각기 다른 경쟁력이 강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지자체 주도와 정부 지원 하에 지역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지역특화 융합 기술상품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로써 지역 분원 융합기술 결합은 지역 기업에 강력한 지원군이 될 것이다.
지속 가능한 기술강국은 스타트업 활성화, 중소기업의 강소 기업화 그리고 대기업과의 협력생태계를 기반으로 한다. 지역에서 일자리가 더 많이 만들어질 수 있고 지역 혁신성장과 균형발전이 곧 국가 균형발전과 성장이다. 당장 모든 것이 한꺼번에 이루어질 수 없겠지만 단계적으로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이길행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호남권연구센터장 ghlee@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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