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가 멈춰섰다.
국회 본회의에서 '여객운수법 개정안(타다금지법)'이 지난 6일 최종 통과됐다. 사업이 불법화된 타다 측은 물론 스타트업 전반에서 침체 분위기가 흐른다. 신규 혁신산업이 기존 산업과 갈등을 빚으면 규제로 돌아온다는 결과를 간접적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타다 사례는 로펌의 법률 검토 및 법원의 1심 무죄 판결을 통해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받았기에 업계 충격이 더 크다. 국회 법사위는 소속 의원 만장일치 관행을 무시하고 법안을 통과시켜 논란이 일었다. 결국 이익집단의 '표심'이 혁신산업 사업 향방을 좌우한다는 선례를 낳았다.
법안 통과 직후 이재웅 쏘카 대표는 “타다에 투자하기로 했던 외국 투자자는 '충격적이고 한국에 앞으로는 투자 못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며 “대통령은 할 수 있게 하겠다고 하고 국토부장관은 입법으로 금지시켜버리는 일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한국에서 적법하게 사업을 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라는 것을 다시 절감했다”고 밝혔다. 타다와 같은 렌터카 포함 대리기사 사업을 운영하는 김성준 차차크리에이션 대표는 “차차는 사업을 포기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나라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결국 공유시장으로 가는 징검다리를 걷어내 버렸다”고 말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역시 성명문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가 기존 택시산업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모빌리티 산업 전체 '생사 여탈권'을 쥐어버렸다는 것”이라며 “이제 국내 모빌리티 산업 상생과 혁신은 정부의 의지와 선의에 기댈 수 밖에 없고, 시장경쟁을 통한 혁신은 더욱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통상 스타트업 본질은 첨단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사업이라고 정의된다. 시장 블루오션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수반된다. 아이디어가 좋더라도 시장을 설득하기까지 시간을 버티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170만명 이용자를 확보한 타다의 실패 사례는 창업 도전을 더 움츠려들게 만들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잘 성장하는 사업도 정치논리에 의해 좌초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창업자들에게 남겼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는 “정부와 법은 기존 질서기 때문에 도전하는 스타트업 본질과 충돌한다”며 “입법으로 사업을 막은 이번 사태는 '이 나라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없다'는 무기력증과 자기검열을 남기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가 시행 중인 규제 샌드박스 제도에 대한 불안 목소리도 나온다. 해당 제도는 신기술과 신서비스의 원활한 시장 진출을 위해 시간과 장소·규모에 제한을 두고 진행하는 실증 테스트다. 현행법상 불법 소지가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향후 사업을 확장하려면 합법화에 대한 정부 의지가 필요하다. 이번 사례처럼 경쟁 관계에 있는 기존 전통산업에서 강하게 정부를 압박할 경우 사업이 좌초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당분간 벤처캐피털(VC) 등을 통한 스타트업 투자도 위축될 전망이다. 사후 체크라는 새 변수까지 따져봐야 한다. 타다와 모회사 쏘카는 사업이 합법이라는 전제로 카니발 차량 1500여대를 수급했고 차고지 확보에 투자비용을 썼다. 차량 구입에만 500억~600억원이 든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포함 기사 인건비와 이용자들에게 지급된 마케팅 비용은 사업 종료 시 대부분 매몰비용이 된다. 투자자는 투자금을 날릴 위기에 처했고 타다는 채용 기사 일자리에 대해서도 도의적 책임을 물게 됐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향후 투자계획은 기존산업과 갈등이 없어 리스크가 적은 분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나 레드오션 영역에서는 대기업이나 기존 기업이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많아 새로운 혁신산업이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매번 반복되는 신산업 출범의 좌초를 막기 위해서는 스타트업 차원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게임업계는 게임 질병코드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해 출범했다. 타다 역시 스타트업 대표 280여명이 탄원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택시업계와 비교하면 규모가 작고, 연대 또한 느슨했다. 업종이 같지 않은 면도 있다.
스타트업·벤처기업은 특성상 대기업이나 큰 협회·단체처럼 정무적 해법 찾기에 어려움이 있다. 앞으로 신산업이 새로운 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벤처 생태계 목소리를 대변할 조직이나 우군 확대 필요성이 높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타다가 전면에 서서 전투를 치렀는데 함께할 아군을 주변에 만들지 못한 것이 패인”이라면서 “만약 사안이 정보기술(IT) 분야 전반에 걸쳐 목소리로 커졌다면 정치권도 다른 반응을 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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