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폭풍에 中企 부도 위기…“대출 상환 유예조치 절실”

“中 기자재 구축 지연 탓 운영 어려워” 국민청원 게시
정부, 각종 금융 지원책 내놨지만 지원대상은 제한적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중소기업 대출금 상환 유예 청원 페이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중소기업 대출금 상환 유예 청원 페이지.

코로나19로 부도 위기에 몰린 부산의 한 중소기업 M사 대표는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코로나19, 중소기업 대출금 상환 동결 또는 유예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원을 올렸다. 해양 연구기자재 수출기업인데 코로나19로 중국 현장에 기자재 구축이 늦어져 받아야 할 중도금이 지연됐고, 이로 인해 만기 도래한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할 위기에 몰렸다는 눈물겨운 내용이다.

청원 요지는 '중국에 연구기자재를 공급하는데 코로나19 이후 기자재 현장 설치 작업이 중단돼 중도금을 받지 못하고 있고, 돌아오는 은행 대출금 상환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임직원이 힘을 모아 자금을 마련하려 했지만 현 상황에선 대출금을 제때 상환하기 어려울 것 같아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국민청원 게시판에 부탁드린다. 저를 포함한 20여명 임직원과 가족, 협력업체까지 현재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대출금 상환을 몇 개월만이라도 상환 동결 또는 유예하는 행정조치를 간절히 청원한다'이다.

M사는 이미 A은행 등에 보증서 발급용으로 4억원(연 매출액의 10% 이상)을 예치한 상태다. 올해 수주잔금만 약 70억원이지만 중도금을 받아 돌리지 못하게 되자 대출 상환은 물론 자재구매와 인건비를 비롯한 운영자금 부족으로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중소기업은 대부분 대출을 끼고 기업을 운영한다. 계약이행 보증, 설비투자, 원부자재 구매 등에서 대출을 이용하지 않고는 운영이 어렵다.

지난달 열린 정부와 자동차부품업계 코로나19 대응 현장 간담회.
지난달 열린 정부와 자동차부품업계 코로나19 대응 현장 간담회.

정부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 정상화를 위해 긴급경영안정자금, 정책자금 상환 유예 등 각종 금융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지원대상은 '직접적 피해 제조기업' '중국 수출·입 비중 20% 이상 기업' '특정 업종 가운데 매출액이 10% 이상 감소한 기업' 등 제한적이다.

대형 시중 은행도 특별대출 규모를 늘리고 대출이자 납입기간 연장 등 여러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조건이 까다롭고, 아직까지 기존 대출금 상환 유예 계획은 없는 상태다.

대한상의가 2월 이후 '코로나19 대책반'을 가동해 지역상의, 업종별협회 등을 통해 조사한 기업 애로사항 357건 가운데 '매출 악화'가 53%(매출 감소 38%, 수출애로 15%)로 가장 많았다. 원자재수급 차질(30%), 방역용품 부족(5%)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가장 많았던 원부자재 수입 차질 피해와 우려에서 최근엔 직접 매출 감소와 경영 악화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해당 기업들은 긴급자금지원(35%), 방역용품지원(19%), 세제·세정 지원(13%), 고용유지지원(11%) 등을 정부에 요청했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대한상의 자문위원)는 “긴급자금지원의 경우 정부 지원규모는 확대되고 있지만 심사기준은 그대로라는 점을 들어 자금지원 요건을 완화해 달라는 요구도 높았다”면서 “지역·업종별 대책 외에 자금지원, 세제감면, 각종 부담금 납부 이연 등 모든 중소기업에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부담경감조치를 한 번에 묶어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