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쇼크...글로벌 금융시장 '블랙먼데이'

미국·유럽서 확진자 늘며 공포 확산
코스피·코스닥 4%대 넘게 주저 앉아
중국·일본 등 아시아 주요증시도 급락
원유 감산 합의 실패까지 불안감 더해

9일 코로나19 팬데믹 공포가 다시 부각되면서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85.45포인트(4.19%) 내린 1954.77로 마감됐다.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9일 코로나19 팬데믹 공포가 다시 부각되면서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85.45포인트(4.19%) 내린 1954.77로 마감됐다.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글로벌 금융시장이 극심한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국내 증시는 9일 크게 출렁였고 세계 증시는 폭락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빨라지면서 '코로나 팬데믹' 리스크가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회원국 간 원유 감산 합의 실패 여파까지 더해져 유가도 크게 떨어졌다.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발 팬데믹 현실화라는 공포 심리에 더해 원유 추가 감산 합의 실패로 9일 국내 증시는 4%대로 주저앉았다. 일본, 중국, 홍콩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폭락했다. 환율은 급등했다.

9일 코스피 지수는 1980선이 무너지고, 오후 들어 낙폭이 커지면서 1960선까지 붕괴된 1954.77포인트(P)로 마감됐다. 전 거래일 대비 4.19% 하락했다. 코스닥 지수도 620선이 무너짐에 따라 4.38% 하락한 614.60P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에 이어 기관까지 순매도에 합세하면서 낙폭이 커졌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무려 1조312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은 407억원어치 순매도했으며, 개인만 1조279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은 1430억원, 기관은 599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역시 개인만 215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급락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5.07% 하락, 주요 아시아 증시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가라앉았다. 홍콩 항셍지수는 4.23%,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01% 각각 하락했다. 대만 자취안지수도 3.04%로 폭락했고,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인도도 모두 하락했다.

이보다 앞서 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추가 감산에 합의하지 못한 여파로 미국 뉴욕 선물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30달러를 밑돌았다. 전 거래일보다 30% 가까이 폭락한 셈이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현행 감산 조치가 끝나는 4월부터 증산하고 원유 수출가격도 인하한다고 밝혀 저유가 시대가 재현될 것으로 전망됐다. 유가 하락은 글로벌 경기 침체 선행지표로 작용하고 있어 주목된다.

원·달러 환율은 1200원선을 돌파해 전일 대비 13.20원(1.11%) 오른 1204.20원에 마감됐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이은 유가 급락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더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유가 치킨게임이 벌어져 글로벌 신용위험을 더 높일 수 있는 데다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준하는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리스크로 가뜩이나 글로벌 경기 침체 공포가 확산된 가운데 유가 치킨게임까지 벌어져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오는 12일 유럽중앙은행(ECB), 18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추가로 통화 완화책이 발표될 가능성이 있지만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급증세가 진정되지 못하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당분간 글로벌 경기와 금융시장 흐름에 미국·유럽 지역 신규 확진자 수가 주요 잣대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