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차세대 반도체로 주목받는 질화갈륨나이트라이드(GaN) 반도체 육성을 가속화한다.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와 양산 기술 제휴 발표에 이어, 프랑스 GaN 반도체 기업 지분을 인수하는 등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T마이크로 외에 독일 인피니언, 일본 로옴, 네덜란드 NXP 등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국내에서도 지속적인 정부 지원과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프랑스 엑사갠(Exagan)의 다수 지분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엑사갠은 2014년 설립된 GaN 전력반도체 전문 회사다. 8인치 웨이퍼 기반 GaN-온-실리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장 마크 쉐리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CEO는 “산업용, 차량용 전력반도체 시장에서 주목받는 GaN 반도체 분야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ST마이크로는 차세대 반도체 제품군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스웨덴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제조업체 노스텔AB를 인수하면서 SiC 웨이퍼 공급 부족 상황에 대응했다. 올해는 GaN 반도체 영향력 확대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ST마이크로는 이번 인수뿐 아니라 지난 2월 TSMC와 GaN 양산 기술 협력을 발표했다. 프랑스 뚜어(Tour) 지역에 자체 GaN 생산라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GaN 반도체는 실리콘 위에 GaN 단결정 막을 성장시켜서 만든 'Gan-온-실리콘' 기술이 주로 채택된다. SiC 기반 제품보다 높은 전압을 견딜 수는 없지만, 실리콘 기반 반도체보다 전력 스위칭 속도가 빨라 중·저전압 전력반도체 시장에서 각광 받을 것으로 보인다. GaN 반도체 시장은 2023년까지 연평균 93%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ST마이크로 외에 다양한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인피니언은 지난 2018년 GaN 기반 전력반도체 양산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로옴은 미국 GaN시스템즈와 2018년부터 협력을 시작했고, NXP는 지난해 6월 업계 최초로 SiC 웨이퍼에 GaN 막을 얹은 트랜지스터를 발표했다.
국내서도 GaN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따르면 경북대학교, 서울대학교, ETRI, 아이브웍스 등이 GaN 반도체 연구를 진행 중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정부 주도로 연구가 진행됐다. 하지만 지속성이 부족해 생태계가 여전히 열악하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미국, 일본, 유럽 등은 정부 주도 프로젝트로 차세대 화합물 반도체 개발에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며 “국내는 취약한 연구 기반으로 전문인력이 부족해 시장 진입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정부의 장기적이고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