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기업 '타다'가 최근 1심에서 무죄 선고가 남에 따라 존폐 기로에서 회생하는가 싶더니 '타다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타다는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고, 이로써 모빌리티 혁신을 이끌던 타다는 막을 내리게 됐다.
그러나 타다 사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높은 수준의 새로운 기술만 혁신이 아니다. 혁신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불편을 해소하는 노력이고, 그 불편을 해소하면 혁신을 이뤘다고 봐도 무방하다. 혁신은 작은 것에서 시작하며,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자원을 기반으로 나름의 창의 노력을 가미하는 일상화에서 일어난다. 이런 과정을 거친 결과물을 사용자와 시장이 신선하게 받아들일 때 혁신이 된다. 타다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기존 택시 시장이 안고 있는 승객의 서비스 불만을 파고들어 혁신을 이뤄 냈다.
사실 승객 편의를 위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차량을 호출해서 목적지에 도착한 뒤 요금을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과정은 택시나 타다가 같다. 그러나 '서비스 질' 차이가 혁신의 시발점이 됐다. 타다는 고객이 원하는 택시 서비스 모범 규준을 실천했다. 비싼 요금을 내고도 더 좋은 서비스를 받길 원하는 시장의 수요를 타다는 읽었다.
먼저 타다의 큰 장점은 승차 거부, 난폭 운전, 바가지 요금이 없다는 것이다. 기사 상대로 삼진아웃제를 도입하고 고객만족(CS) 교육을 강화하는 등 승객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노력 덕분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타다를 타면 친절하게 맞아 주며, 운전기사가 먼저 말을 걸지도 않는다.
타다 차량은 깨끗하고 넓으며, 불쾌한 냄새도 없이 쾌적하다. 생산성 향상의 기본 방법으로 알려진 정리(Settle), 정돈(Standstill), 청소(Sweeping), 청결(Sanitary), 습관화(Style) 등 '5S 활동'을 타다가 잘 적용하고 있다. 휴대폰 충전과 와이파이 서비스 제공이라는 사소한 편의까지 더하는 등 재이용률을 높이고 있다.
타다는 또 위성을 활용한 현 위치 표기 방식에 오차가 있는 점을 고려, 호출자가 출발 지점 표식을 직접 옮길 수 있도록 개선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움직임이 빨라지는 때에 타다 같은 시기적절한 플랫폼 서비스 응용과 개선은 충분한 효과를 거뒀다.
타다가 구현한 혁신 운송 서비스 플랫폼은 기존 택시 시장에 메기가 됐다. 노르웨이의 한 어부는 차가운 해역에서 자라는 청어를 싱싱하게 운반하려는 방법으로 메기를 수조에 넣었다. 청어의 천적인 메기를 넣어 계속 도망가도록 환경을 조성해서 청어의 싱싱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처럼 타다는 기존 택시 시장에 메기가 돼 결국 택시 수준을 높이고 승객 만족도를 높였다.
최근 모빌리티 산업에서 혁신이 활기를 띠고 있다. 차량 공유로 시작해 자율주행차, 개인비행체(PAV) 등 다양한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애리조나주 등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고객을 태우는 자율주행 택시 사업을 허용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토요타가 축적한 자동차 정보와 소프트뱅크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합작 기업 '모네'가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각종 규제로 인해 새로운 모빌리티 사업을 추진하기가 어렵다. 각종 규제로 인해 첨단 모빌리티 기술을 갖춘 상당수 기업이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사업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는 미국 CES에서 '하늘을 나는 차'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사업 파트너는 세계 1위 공유 차량 회사 '우버'였다. 공유 차량과 자율주행차 사업도 해외에서 진행했다. 동남아 최대 공유 차량 기업 '그랩'과 인도 1위 업체 '올라'에 투자하며 모빌리티 산업에서 새로운 공유경제 가치사슬을 구축하고 있다.
삶의 만족도가 높은 나라, 사회정책 포용성이 높은 나라일수록 혁신은 활발하게 이뤄진다. 혁신은 이용자가 판단하고 사회가 판단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수준의 기술이 있고 역량을 충분히 갖춘 기업가도 있다. 우리나라도 모빌리티 산업을 옥죄는 각종 규제를 완화, 혁신이 꽃피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대 융합산업학과 교수 yoonbs@sv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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