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실물경제 동향과 정보를 분석하는 주요 연구원들이 이달부터 우리나라 수출에 코로나19 영향이 본격 반영될 것으로 진단했다. 직격탄을 맞는 품목으로는 자동차·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을 꼽았다. 올해 수출이 작년 대비 2.5% 상승할 거란 기존 전망치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10일 홍성욱 산업연구원 동향·통계분석본부 연구위원은 “지난달 수출 실적은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기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지만, 이달부터는 본격적인 영향권에 들어갈 것”이라며 수출 감소세가 다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 대비 4.5% 증가한 412억62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은 2018년 12월, 1.7% 줄어든 이후 1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다가 15개월 만에 반등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월 20일 발생, 2월 이후부터 급증했다.
홍 연구위원은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때도 국내외 확진자가 급증한 다음달부터 수출이 급격히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영향이 실물경기에 반영되는 시기도 이달부터가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그는 올해 수출이 전년 대비 2.5% 상승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치도 코로나19 영향을 반영,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홍 연구위원은 “올해 수출 상승 전제조건은 전년 대비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고, 중국 경제성장률이 제 속도를 찾으며,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되는 3가지였다”면서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 호재는 이미 날아갔고 반도체 회복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중국 경제성장률은 5% 미만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여러 악재가 겹쳤다”고 말했다.
홍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가장 피해를 크게 입는 품목으로 자동차·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을 꼽았다. 경제성장률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표 품목이라는 설명이다. 또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최악의 수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온라인을 통한 수출 판로를 확대하고 △애로를 겪는 수출 기업에 대한 금융유동성을 지원해주는 것이 적절한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코로나19 영향으로 경기 반등세가 중단되고, 다시 경기가 침체하는 더블딥(경기재침체)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1분기 말부터 2분기까지 국내 주력 산업의 중국산 부품 조달에 문제가 생기면서, 제품 생산 차질에 따른 대(對)세계 수출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중국 내수 시장이 침체되면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요가 위축, 대중국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 지난해 중국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과 수입 비중에서 각각 25.1%·21.3%를 차지, 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로 분류됐다.
주원 연구실장은 “하반기에 우리나라 경제는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지만, 불황 국면이 장기화 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