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는 '전고체전지' 기술의 난제를 해결하고 수명과 안전성을 동시에 높인 혁신 기술을 개발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용량은 늘리고 크기는 절반 수준으로 줄인 것이 특징이다. 이 기술을 전기차에 사용하면(현재 전기차 배터리 크기 기준) 주행거리를 약 두 배 늘리고, 1000회 이상 재충전도 가능하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석출형 리튬음극 기술'을 적용해 '전고체전지'의 기술 난제이던 '덴드라이트' 문제를 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보통 △양극 △분리막+액체전해질 △음극(흑연) △집전체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에 비해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전지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다. 또 배터리 음극 소재로 '리튬금속'을 사용함으로써 흑연을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부피를 줄일 수 있다. 이런 기술 차이로 전고체전지가 리튬이온전지보다 대용량 배터리 구현이 가능하고, 안전성도 높다.
그러나 리튬금속은 전고체전지 수명과 안전성을 낮추는 덴드라이트 문제가 기술 난제로 꼽혀왔다. 덴드라이트는 배터리를 충전할 때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는 리튬이 음극 표면에 적체되며 나타나는 나뭇가지 모양의 결정체다. 이 결정체가 배터리 분리막을 훼손, 수명과 안전성이 낮아진다.
삼성전자는 덴드라이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고체전지 음극에 은-탄소 나노입자 복합 층을 적용한 석출형 리튬음극 기술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특히 이 복합 층의 두께가 5마이크로미터(㎛, 1㎛=100만분의 1m)에 불과해 기존에 개발된 전고체전지 기술보다도 부피를 한층 더 줄일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기술은 전고체전지의 안전성과 수명 증가는 물론 기존보다 배터리 음극 두께를 얇게 만들어서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 리튬-이온전지 대비 크기는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
이 기술을 적용한 배터리를 전기차에 탑재하면 1회 충전에 800㎞를 주행하고, 1000회 이상 재충전할 수 있다. 현재 전기차의 1회 충전 평균 주행거리가 300~40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두 배 이상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
임동민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마스터는 “이번 연구는 전기차 주행거리를 대폭 늘리는 핵심 원천 기술”이라면서 “전고체전지 소재와 양산 기술 연구를 통해 차세대 배터리 한계를 극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기대감을 내비쳤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전고체전지 개발 업체들이 덴드라이트 억제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번 삼성전자의 석출형 리튬음극 기술이 실제 상황에서 덴드라이트 억제가 입증되고, (전기차용) 중대형 전지 상용기술로 발전된다면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삼성전자 종기원과 삼성 일본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에너지'에 실렸다. 네이처 에너지는 저널 임팩트팩터(IF)가 1만2000여 학술지 가운데 7위인 저명한 학술지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