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코로나19 전파 원흉? 조금은 억울한 PC방

학생 코로나19 전파 원흉? 조금은 억울한 PC방

“가게 근처 대단지 아파트 부녀회장이 와서 이런 시기엔 가게를 닫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애들이 모이는 PC방이 코로나19 전염 근원이라고. 좀 억울하긴 하죠”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PC방 업주는 “요즘 어떠냐”는 질문에 탄식을 섞어 이야기했다. 이 상권은 소위 '동네장사'를 하는 상권이다. 번화지와 다르게 꾸준히 찾는 손님이 대부분이다. 근처 아파트에 사는 학생들과 건국대, 한양대, 고려대, 서울시립대로 이동이 편해 대학생도 개강철이 되면 제법 찾는다고 설명한다.

피크타임이라 불리는 오후 7시부터 10시였지만 150여석 좌석 매장은 3분의 1도 차지 않았다. 인근 PC방도 사정은 비슷했다. 10여 년 넘게 한자리에서 영업해온 PC방은 110석 중 단 3석만 차있었다. 개학이 연기된 학생들이 찾아올 만한 오후 1시 이후 시간임에도 그랬다.

하지만 사회 통념은 그렇지 않다. 개학, 개강이 연기된 학생이 PC방으로 몰린다고 판단한다. 지난달 28일 부산 16세 중학생이 온천교회 확진자와 같은 PC방을 이용했다가 감염됐다는 소식에 프레임이 더 공고해졌다. 교육부와 문체부가 PC방 관리감독 행보를 보이면서 영락없이 낙인이 찍혔다.

밀폐된 공간에서 같은 기기를 공유하기 때문에 전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업주들도 인지한다. 그래서 안전수칙을 마련해 시행한다. PC방 입장 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손 세정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또 접촉 물품을 즉시 소독하고 청소년 위생상태 점검과 관리 등에 각별한 신경을 쓴다.

그럼에도 혐오시설로 낙인 찍어 휴업 요구 사례까지 나오는 건 좀 과하다고 지적한다. “PC방이나 학원이나 감염 위험성은 거기서 거기 아니냐”는 볼맨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주는 “나도 지식 둔 사람으로 아파트 부녀회장 요구가 이해 안 가는 건 아니다”면서도 “사람도 없는데 무슨 전파가 되겠나. 단지 모두가 힘든 시기에 책임을 전가할 사람이 필요한 것 같다”고 허탈하게 웃었다.

매출도 급감하고 있다. 업주들은 체감상 30% 이상은 고객이 빠진 것 같다고 말한다. 고객이 빠지면서 주요 매출원인 식음료 상품 판매가 곤두박질쳤다.

실제 PC방은 정부가 심각단계를 발령한 이후 이용자가 감소 추세에 있다. PC방 통계 서비스 더 로그에 따르면 2월 4주째 전국 PC방 게임 사용량은 전주 대비 20.8% 급감한 2640만 시간을 기록했다. 작년동기 대비 26.1% 감소했다. 3주 연속 하락세다. 3월 첫 주에는 2690만 시간으로 전주대비 소폭 증가했으나 작년동기 대비 9.1% 감소했다.

다른 PC방 리서치서비스 게임트릭스도 같은 추세로 집계했다. 3월 PC방 평균 가동률은 전국기준 21.7%에 불과하다. 2월 24.3%보다도 더 줄었다. 전국에서 코로나로 피해가 가장 심한 대구는 16.4%다. 가동률은 PC방에서 이용 중인 컴퓨터 비율을 뜻한다.

사정이 이렇자 엔씨소프트, 넥슨 등 주요 게임사는 가맹 PC방을 위한 긴급지원에 나섰다. 엔씨소프트는 3월 한 달간 PC방 가맹료를 받지 않는다. 넥슨은 2개월간 영남권 전 지역 가맹점에 무인선불기 관리비를 면제하기로 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