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코로나19 관련 대국민 연설을 한 이후 각국 증시가 폭락했다. 시장의 초미 관심사였던 경기 부양책 관련 세부내용 없이 유럽인의 미국입국 금지만 발표하면서 시장 실망이 극에 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백악관에서 발표한 연설에서 영국을 제외한 유럽 국가에서 들어오는 모든 사람의 입국을 30일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발언 이후 국내외 증시는 잇달아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 관련 대국민 연설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됐다는 것이 시장 반응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 연설은 입국금지 외에 경기부양책과 관련한 별다른 내용이 없다.
12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낙폭을 키우면서 전 거래일보다 3.87% 하락한 1834.33 포인트로 마감했다. 트럼프 연설 직후 장중 한때 4.99% 떨어진 1813.13 포인트까지 내려가면서 2015년 8월 25일(1806.79)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늘 오전 트럼프 대통령 긴급 연설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면서 “경기부양 관련 구체적인 내용 없이 유럽입국 금지만 발표한 것에 실망한 투자자 매물이 시장에 풀렸다”고 분석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규모 부양정책 등 적극 대응을 기대했었다”며 “이에 비해 유럽에서 미국 입국 30일간 중단 등 부정 요인이 더 많은 연설 내용에 실망한 매물이 나와 코스피 조정 폭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이날 장중 5% 이상 급락했다. 니케이225지수는 지난달 21일에만 해도 2만3380선을 오르내렸지만, 이날 기준 1만8300선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홍콩 항셍지수도 4% 가까이 낮아졌다. 항셍지수는 지난달 28일 2만6100선에서 이날 종가 기준 2만4300선까지 떨어지면서 급락했다. 중국 상해종합지수도 2% 가까이 줄어들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 선언으로 뉴욕증시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464.94포인트(5.86%) 하락한 2만3553.22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도 140.85포인트(4.89%) 하락한 2741.38에, 나스닥지수도 392.20포인트(4.70%) 내린 7952.05에 각각 마감했다.
연준을 포함한 각국 중앙은행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연준은 다음달 17일까지 익일물 레포 한도를 1750억달러로 추가 확대했다. 연준은 만기 25일, 28일 레포 입찰도 최소 500억달러 한도로 운영키로 했다. 중국 국무원은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에 지준율 추가 인하를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다음 주 미 연방공개시장원회(FOMC) 조치에 주목하고 있다. 만약 단순 금리인하 조치만이 시행된다면 추가 증시 하락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노 연구원은 “현재 자산매입을 바라보는 투자자가 많은데 자산매입을 시사하거나, 공포를 완화할 조치가 있어야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다만 FOMC가 단순 금리인하만을 발표한다면 추가 증시하락 우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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