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전세기 띄워 베트남 출장

삼성이 전세기를 띄워 베트남에 출장자를 급파한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베트남 현지 생산 대응을 위해 삼성이 직접 비행 편을 마련해 엔지니어들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한국발 입국 제한 조치를 시행 중인 베트남 정부의 협조를 이끌어낸 것으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제기됐던 우리나라 전자 업계의 생산 차질 우려가 중대 고비를 넘길 전망이다.

베트남 하노이 북부 박닌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 모습(자료: 전자신문DB)
베트남 하노이 북부 박닌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 모습(자료: 전자신문DB)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전세기를 통해 필요 인력을 베트남에 보내는 방안을 베트남 정부에 제안하고 이를 허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이날 100여명의 인력이 비행기로 첫 출발을 했고, 추가 인력들도 베트남에 순차 투입될 계획이다.

규모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그룹 내 전자 계열사와 협력 업체 엔지니어 등 총 700여명으로 파악됐다.

베트남 하노이 북부에 공장을 두고 있는 스마트폰 및 디스플레이 생산과 관련된 인력들이 핵심이다.

삼성이 직접 전세기까지 띄워 베트남 출장을 보내는 건 사안이 중대해서다.

베트남에는 삼성 최대 스마트폰 공장이 있다. 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전자 관계사의 공장과 카메라 모듈, 기판 등 삼성 협력사들이 모여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제조 기반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하반기 고객사에 납품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베트남 생산 라인을 개조해야 하는데, 베트남에서 한국발 입국 제한 조치가 단행됐다.

또 삼성전자 구미 스마트폰 공장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일부 모델을 베트남에서 생산하려 했지만 이 역시 입국 제한에 부딪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하반기 애플이나 삼성전자 신형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공급이 예정돼 있다. 또 삼성전자가 구미에서 만들던 스마트폰은 갤럭시S20울트라와 같은 전략 제품이어서 자칫하면 올 한해 사업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삼성은 이에 자체 방역 대책을 제안하며 베트남 정부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행편을 직접 마련하는 것 외에도 출국 전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입국 후에는 엔지니어들을 지정된 시설이나 공간에서 활동케 하는 등 베트남 방역에 차질을 주지 않으면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전세기 편으로 출장을 보내는 방안을 논의해왔다”며 “베트남 정부 승인을 받아 출국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로 삼성의 사업에는 일단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베트남이 기업 활동에 예외 입국을 허용한 만큼 다른 현지 진출 한국 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