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사내 스타트업 독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 상반기 중에만 별도의 사업화에 성공한 스타트업팀 가운데 최소 7개 팀이 스핀오프(분사)할 예정이다. 2000년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가동한 이후 연간 기준 역대 최다 독립이다.
15일 현대·기아차 및 업계에 따르면 최근 루베스트, 젠스웰, 마이셀 등 현대차 사내 벤처 3개 팀이 최종 심의를 통과해 분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현대자동차 사내 벤처 형태로 3~5년의 준비 기간을 거쳤다.
루베스트는 철 분말과 금속 3D프린팅용 분말을 주력으로 만드는 곳이다. 젠스웰은 하드웨어(HW) 기반으로 가상 사운드를 만드는 독자 기술을 확보했다. 두 업체는 이미 기술 검증이 이뤄져 일부 양산까지 진행하고 있다.
특히 젠스웰의 경우 현대·기아차의 고성능 브랜드 'N'시리즈에 부품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 사운드 기술은 전동화 차량에서 운전의 흥미를 높이는 다양한 소리와 함께 시동을 켜고 끄는 소리까지 제공한다. 여러 센서와 연계해 고유한 소리를 내고 운전자별로 특화한 사운드를 제공할 수 있어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유망 분야로 꼽힌다.
마이셀은 버섯 균사체를 활용해 인조가죽을 만드는 회사다. 기존 현대기아차 사내 스타트업 대부분이 자동차 산업 관련 신기술을 개발했지만 이 회사는 이례로 농업과 패션을 융합한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 천연가죽과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질감이 뛰어난 데다 생산 방식이 단순, 생산 단가를 대폭 낮출 수 있다. 이달 말 법인 설립을 완료하고 나면 다음 달부터 투자 유치에도 본격화한다.
사성진 마이셀 대표는 “대규모 생산 시설을 확보해 내년부터 본격 생산에 나설 계획”이라면서 “2022년 자동차 가죽 시트 시장에 진출하는 한편 패션 분야로도 사업을 키워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현대·기아차는 이들 3개 팀 외에도 올해 안에 사내 스타트업을 추가해서 분사할 계획이다. 전기차에서 나온 배터리를 재사용해 쓸 수 있도록 관련 검측 장비를 개발한 팀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4~6개 팀이 추가해서 조만간 분사 심의에 들어간다”면서 “사내 기조가 스타트업의 분사를 적극 장려하고 있어 앞선 3개 팀을 포함해 올 상반기에만 7개 이상의 팀이 분사해서 법인 설립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기아차는 2000년 '벤처플라자'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혁신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는 스타트업 육성 사업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에는 엠바이옴, 튠잇, 폴레드 등 3개 사내 스타트업이 분사했다. 당시 5년 만에 이뤄진 스타트업의 분사여서 업계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올해는 사내 스타트업 분사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프로그램 시작 이후 독립 법인도 연내 20개를 넘어설 것이 유력해 보인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