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게임의 무한한 가능성, 디지털 치료제가 온다

[이슈분석]게임의 무한한 가능성, 디지털 치료제가 온다
[이슈분석]게임의 무한한 가능성, 디지털 치료제가 온다

게임과 의료를 결합한 디지털 치료제(DTx) 시대가 열리고 있다. 게임이 가진 재미요소에 임상을 결합해 효과를 입증하는 시도다. 국내 산업이 경쟁력을 가진 게임과 정보기술(IT), 의료가 결합한 신시장으로 주목받는다.

◇디지털 치료제란

DTx란 게임, 가상현실(VR) 형태를 가진 프로그램에 기반해 엄격한 치료 효과 검증과 규제기관 인·허가를 거쳐 의학 치료를 제공하는 제품이다. 의사 처방이 필요한 약이다.

질병 관리 보조적 수단이 아닌 구체적 치료 목적으로 활용된다. 1세대 치료제 합성화합물, 2세대 치료제 생물제제(항체, 단백질, 세포)에 이은 제3세대 치료제로 분류된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미국 DTx 시장 규모가 2023년 44억2000만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성장률(CAGR)은 30%가 넘는다. 세계가 주목할 만한 차세대 먹거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DTx는 신약 개발이 어려운 뇌신경계와 신경정신과 질환, 약물 중독 등 분야에서 효용성을 보이고 있다. 소프트웨어여서 기존 신약과 비교해 개발 기간과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다. 체내에 직접 작용하거나 흡수해 쌓이는 것이 아니라 부작용 가능성도 낮다. 무엇보다 배포가 쉽다는 점은 기존 약물에 비해 큰 장점이다.

약물중독 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한 미국은 임상을 거친 DTx를 패스트트랙으로 허가하고 있다.

◇미국서 FDA 심의 진행

가장 관심을 끄는 건 아킬리 인터렉티브 게임형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증후군(ADHD) 치료제 '프로젝트 이브이오(EVO, AKL-T01)'다. 미국에는 약 610만명이 ADHD로 고통을 받고 있다. 미국 어린이 중 9.4%에 발병한다.

EVO는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심의를 받고 있다. 승인이 떨어지면 의사 처방을 받는 첫 치료형 게임이 된다. 인허가 과정에 있어 게임 플레이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공개된 스크린샷을 보면 캐릭터를 조종하는 동시에 다른 특정 사물을 인식하는 레이싱 게임 방식일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미국 듀크대, 영국 케임브리지대, 영국 왕립 정신과전문의대(RCPSYCH)가 EVO를 치료제로 활용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의학 권위지 란셋 디지털 헬스 저널에 채택됐다.

연구팀은 주의력과 인지 제어를 목표로 한 게임이 주의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주의력 결핍은 ADHD 핵심 증상이다. 그 결과 게임이 ADHD를 돕는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연구팀은 ADHD를 가진 8~12세 348명을 무작위로 선발해 개입그룹과 대조군으로 분류했다. 개입그룹은 4주 동안 일주일 중 닷새간 하루 25분씩 게임을 이용하게 했다. 대조군은 게임을 하지 않았다. 두 집단 모두 ADHD 약물을 복용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게임이 도움 되는지 평가하기 위해 주의력 변수 테스트(TOVA)를 사용했다. TOVA에서 도출한 주의력 수행 지표(API)로 종합 점수를 매겨 기준선으로부터 평균 변화를 살폈다. 개입 그룹은 0.93, 대조군은 0.03이 나왔다. 숫자가 클수록 주의력이 개선됐다는 뜻이다. 부작용은 두통 수준에 그쳤다.

브루노 보네쳐 캠브리지대학 박사는 “ADHD 아동을 위한 새로운 훈련 프로그램 안정성과 효능에 대한 증거를 제공한다”며 “게임 개입은 기존 치료법을 보완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모수가 적고 게임에 관한 첫 연구 결과이기 때문에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한계는 남겼다. 스콧 콜린스 미국 듀크대 의료센터 교수는 “ADHD 아동에게 의미 있는 개선이 있었다”며 “다만 임상적 의미가 있는지 완전히 이해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과 결합

DTx는 향후 빅데이터, AI와 결합하면 가파른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다. 의료진이 게임을 처방하고 환자가 게임을 할 때 발생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개인 요구에 맞춘 치료를 제공하는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강동화 서울 아산병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IT와 게임이 강한 나라이며 의료 또한 앞서있다”며 “의료와 IT, 게임 분야가 결합한다면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시판되는 치료용 게임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의학적으로 산업적으로 증명된 바가 많지 않다. 최초 DTx인 약물중독 치료앱 '리셋'은 미국 내에서 보험료에 대한 문제와 의사 처방단계에서 고전 중이다.

한국은 아직 정부 승인을 받은 게임이 없다. 일부 업체가 임상 승인을 받아 연구를 진행하는 중이다.

국내에서 유통될 경우 게임물관리위원회 등급분류라든지, 식품의학품안전처 등과 관련한 기반 제도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