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융자 급한데…은행은 '200억 수수료 장사'

코로나19 융자 2조2200억원대
대출금액의 1% 이자 공제
소진공"직접대출 비중 높이고
융자 위탁 수수료 낮춰야" 지적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긴급경영안정자금의 이자수입 절반 이상이 은행의 수수료 수입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실시하는 소상공인 대상 융자 가운데 약 200억원 가량이 은행 몫으로 돌아간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직접 대출 비중을 높이고, 융자 위탁 수수료는 낮춰 소상공인에게 실질 혜택이 더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7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예결위원들이 추경안을 심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예결위원들이 추경안을 심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0년 1차 추가경정예산안이 지난 17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소상공인을 위한 융자 규모는 당초 정부가 국회에 제출했던 9200억원에서 1조7200억원으로 8000억원이 증액됐다. 본예산 200억원, 기금운용계획 변경에 따른 예산 4800억원 등을 포함하면 약 2조2200억원 가량의 융자 공급이 가능하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이례적으로 대규모 추경 예산이 상반기에 편성되면서 정부 재정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추경 예산 재원 대부분은 적자 국채 발행 등으로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을 통해 실시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지급하는 융자 위탁 수수료는 약 2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정부는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지원 융자는 대부분 시중은행을 통한 대리대출 방식으로 공급하고 있다. 융자 조건은 대출금리(고정) 1.5%, 대출 기간 5년 이내, 대출한도는 업체 당 7000만원이다.

이 과정에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융자금을 집행하는 은행에 협약에 따라 대출금액의 1%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이자수입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지급한다. 은행이 대리대출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융자를 회수하기 어려울 경우 등을 고려해 지급하는 수수료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확산에 따라 정부는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융자에 대해서는 기존 소상공인 융자와 달리 지역신용보증재단이 대출금액의 100%를 특례보증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사실상 은행권이 부담해야 할 대출 심사 부담은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전액을 정부에서 보증하는 만큼 융자 미상환에 따른 위험 역시 줄일 수 있다.

실제 최근 은행 창구 등을 중심으로 소상공인 융자 집행 과정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지난 10일 기준으로 정부 정책자금 집행률은 10%에도 채 못미치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경우 총 6만8000여건의 신청 가운데 실제 집행된 대출은 3726건에 불과하다. 소진공이 직접 대출을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신보 등의 보증을 거쳐 자금이 집행되는 만큼 속도는 더욱 더딘 실정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출 이후 자금상환에 우려가 있을 수 밖에 없는 만큼 지역보증재단으로부터 보증서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보증 절차에 시간이 걸리다 보니 자연스레 대출 역시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진공 내부에서는 대리대출이 아니라 소진공을 통한 직접 대출을 확대할 경우 병목 현상을 비롯한 수수료 절감 효과 등 각종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역시도 “지역신용보증재단의 특례보증공급으로 코로나19 소상공인융자를 집행하는 금융기관은 손실 비용을 줄일 수 있으므로 일반보증을 적용하는 융자사업보다 금융기관에 지급하는 융자집행 수수료의 요율을 낮게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반면 중기부 등에서는 소진공 자체 자금 운용 능력 등에 다소 우려의 시각이 있는 만큼 기존 대리대출 방식을 유지하는 것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정부 관계자는 “당장 수수료율을 조정하거나 소진공의 직접 대출 비중을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시중은행이 긴급경영안정자금 융자위탁 사업에서 얻는 수수료 일부를 소상공인에게 우대 적용하는 등의 보완책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