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 성인물 등이 주로 유통되던 다크웹에서 마스크 불법 거래 암시장이 형성됐다. 심지어 코로나19 확진자 혈액과 분비물을 구한다는 게시물까지 포착됐다.
본지가 다크웹 데이터 분석 전문 업체 에스투더블유랩과 협력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마스크와 세정제 등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희귀해진 제품이 다크웹 암시장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 마스크 판매 사이트가 다크웹 내에 우후죽순 개설되고, 훔친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글까지 올라온다. 이번 달 들어와선 감염병 우려 심리를 악용한 피싱 사이트 제작 서비스도 등장했다. 이른바 '생화학테러'를 위해 확진자 분비물 구매 시도도 있다.
에스투더블유랩은 다크웹 내 코로나19 관련 동향 분석을 위해 코로나19 관련 단어를 추출한 후 일 단위와 주 단위로 모니터링을 수행했다. 분석 결과 코로나19 초기에는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과 생화학 무기 루머가 다크웹에 주로 게시됐지만 이후 피싱 사이트 등장, 암시장 형성 등으로 바뀌었다.
유럽연합(EU) 지역 병원에 마스크를 공급한다는 한 업체는 세계 전 지역으로 배달이 가능하다며 다크웹에 마스크 판매 사이트를 개설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마스크라며 구매를 유도했다. 다크웹에서 거래되는 마스크는 10장에 79유로(약 10만8000원)부터 156유로(21만2000원)에 이르는 가격으로 판매된다.
마스크 암시장은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을 선언한 지난 11일(현지시간)부터 활성화했다. 다크웹에서 '코로나19'와 '마스크'를 동시에 언급한 게시물은 지난 11~17일 총 1858건으로 집계됐다. 팬데믹 선언 이전인 이달 첫째 주와 비교하면 2배 늘어난 수준이다.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 20일에는 다크웹 내 코로나19 마스크 언급이 1753건으로 급증했다. 이는 국내를 포함한 세계 다크웹에서 언급된 횟수를 모두 합한 수치다. 국내 최초 확진자 발생 이전에는 496건(1월 6일), 922건(1월 13일) 정도에 그쳤다.
서현민 에스투더블유랩 수석연구원은 18일 “다크웹을 통해 거래되는 마스크는 출처가 불분명하고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제품을 받지 못하는 등 사기 피해를 볼 공산도 매우 높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감염병 우려를 악용한 피싱 사이트 제작 서비스도 다크웹에 등장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코로나19 확진자 지도를 활용해 접속자에 악성코드를 유포하는 사이트는 옵션에 따라 200달러(25만원)에서 700달러(86만원)에 판매됐다.
코로나19를 둘러싼 공포심을 이용한 사기와 해킹 시도도 늘어났다. 에스투더블유랩 측은 “피싱 사이트가 실제로 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면서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를 인위로 확산하려는 게시물도 포착됐다. 확진자 혈액 등 분비물을 구한다는 식이다. 코로나19 확진자 분비물을 구한다 하더라도 바이러스 수송을 위한 장비가 없으면 실제 확산은 어려운 것으로 보여 다크웹 이용자 간 음모론과 루머가 확산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외에 코로나19 관련 마스크 거래와 정보 공유를 위한 텔레그램 채팅방 개설, 코로나19 마스크 판매처를 모아 보는 '봇'도 등장했다.
오다인기자 ohda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