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그룹, 올해 분사 벤처 최대 30곳 쏟아진다

현대기아차 등 육성프로그램 활발
혁신 기업문화 도모…새 성장기회 모색
전용 투자펀드까지 갖춰 체계적 지원

올해 국내 5개 대기업 그룹에서 분사한 벤처기업이 최대 30여개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사내 창업 지원을 통해 도전하는 기업 문화를 만들고 새로운 비즈니스 실험까지 진행하겠다는 접근이다.

19일 삼성, 현대·기아차, SK, LG, 롯데그룹에 따르면 올해 이들 그룹의 사내 스타트업 가운데 스핀오프(분사)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이 적게는 최대 30여개사에 이를 것으로 집계됐다.

주요 그룹이 사내 벤처를 육성하고 분사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단순 투자 지원 대상을 넘어 기업의 주요 핵심 기술을 초창기부터 함께 개발하는 파트너로서 동반성장 체제 구축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사내 유망 독자 기술을 독립시켜 세계적인 유니콘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현대·기아자동차가 사내 스타트업 독립에 가장 적극 나서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최소 7개 팀이 분사할 예정이다. 루베스트, 젠스웰, 마이셀 등 3개 기업이 최종 심의를 통과했다. 나머지 기업은 심의 단계에 있다. 2000년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벤처플라자'를 가동한 이후 역대 최다 독립 기록을 작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에서는 SK하이닉스과 SK텔레콤에서 사내벤처 육성 프로젝트인 '하이게러지'와 '스타게이트' 프로그램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출범 1년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미 6개 독립법인을 탄생시켰다. 특히 SK텔레콤은 최근 헬스케어 전문 기업 인바이츠 헬스케어를 분사한 것을 비롯해 양자통신기술 전문 기업 IDQ를 합작투자 방식으로 분사했다. 두 기업 모두 SK텔레콤이 개발한 독자 기술을 바탕으로 독립했다. 올해 SK그룹은 3~5개 기업이 추가 분사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서울 R&D캠퍼스에 입주한 스타트업들이 C랩 인사이트 살롱(Insight Salon) 행사에서 아이디어를 나누고 있다.
삼성전자 서울 R&D캠퍼스에 입주한 스타트업들이 C랩 인사이트 살롱(Insight Salon) 행사에서 아이디어를 나누고 있다.

삼성그룹은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크리에이티브 랩'(C랩)을 통해 현재까지 259개 과제를 진행했고, 1060명의 임직원이 참여했다. 259개 과제 가운데 40개는 회사에서 독립해 나가 스타트업으로 창업했다.

삼성 측은 “임직원들이 AI, 자율주행, 사회공헌 등 다양한 분야를 주제로 매년 아이디어를 1000개 이상 제출하고 있다”면서 “현재 31개 과제가 수행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일부가 분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스타트업 전문 육성 기관인 롯데액셀러레이터에서 1년 동안 인큐베이팅 과정을 거친 뒤 성과에 따라 분사를 추진하고 있다. 2016년 프로그램 가동 이후 2개사가 분사했고, 올해 추가로 롯데칠성 사내벤처로 이동식 주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풀업'과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본부에서 지난해 9월 첫선을 보인 중고거래 플랫폼 '마켓민트' 등이 분사 준비를 하고 있다.

LG의 경우 LG CNS와 LG유플러스가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가동, 지금까지 총 5개사가 분사했다. 올해 최소 2개사 이상이 분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를 거듭할수록 파격적인 혜택이 더해지고 있다. 최소 1년에서 3년간 현업에서 독립된 근무공간에서 '스타트업'처럼 근무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해준다. 또 예산이나 일정 관리 등 과제 운영에 대해서도 자율성이 확보된다. 무엇보다 창업 아이디어를 실현시키지 못하더라도, 분사 이후 자립화에 실패하더라도 회사에 복귀할 수 있다.

그룹 내 별도의 투자 조직도 갖춰지고 있다. 롯데액셀러레이터의 경우 사내벤처 지원을 위한 전용 벤처펀드인 '롯데사내벤처1호 펀드'를 만들었다. 삼성벤처투자 역시 삼성 C랩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스타트업에 일부 종잣돈을 투자한다. 투자 조직 및 계열사 차원에서 사내벤처에 대한 종잣돈 또는 시리즈A 단계 투자와 함께 인프라 제공과 국내외 네트워킹 등을 지원하는 셈이다. SK에서도 SK하이닉스가 자체 사내벤처 전용펀드를 설립, 지원 및 투자 규모를 확대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별도의 벤처투자 조직을 갖춘 대기업이 늘면서 사내벤처기업을 더욱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