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암, 더 이상 암담하지 않다

김찬교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김찬교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7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암 환자의 10명 가운데 7명은 5년 이상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약 10년 전과 비교할 때 1.3배 높아진 수준이다. 암을 더 이상 불치병으로 여기지 않는 인식, 조기에 예방하려는 노력, 의료 기술 발전이 암 생존율 상승에 크게 기여한 것이다.

암 생존율 상승은 의료 기술 발전, 국가 지원, 암에 대한 인식 개선 등 다양한 노력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암 발생 인구 가운데 3분의 1은 예방이 가능하고 3분의 1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경우 완치가 가능하다. 나머지 3분의 1은 적절한 치료를 통해 완화할 수 있다고 한다.

보건복지부는 여기에서 숫자 '3-2-1'을 따 와서 매년 3월 21일을 '암 예방의 날'로 지정했다. 이를 통해 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예방과 치료 의욕을 고취하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로 암 생존율이 70%를 넘어선 현재 시점에서는 암 예방과 치료를 위한 개인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 국민의 사망 원인 1위는 암이다.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국가 암 검진 지원 사업은 이러한 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를 유도해서 암으로 인한 사망을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위암·간암·대장암·유방암·자궁경부암은 대체로 간단한 방법으로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경우 완치가 90% 가능하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국가 암 검진 대상 암종인 위암, 대장암, 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폐암 등 6대 암의 5년 순생존율은 미국, 영국, 일본 등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영상 진단 장비의 지속 발전도 암의 조기 발견과 치료 성적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정밀 진단을 통해 환자 중심의 맞춤 치료를 실현하기 위한 의료계의 노력이 암 생존율 향상에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진단 솔루션이 빠른 속도로 개발돼 상용화되고 있는 것도 암 조기 발견과 치료에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첨단 기술의 혜택을 십분 누리기 위해서는 암에 대한 개개인의 관심과 이해도 제고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암 가족력, 흡연, 비만, 직업 등 본인에게 있는 건강 위험 요인을 고려해 의사와 충분히 상의한 뒤 적절한 검사를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건강검진을 주기로 받는 것도 광의로는 암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일상생활에서 적극 의지로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관리하는 것이다. 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 운동, 금주, 금연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실천하고 정기로 종합 건강검진을 받는다면 암 예방에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20년 암 예방의 날을 맞아 사회 구성원의 개인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와 의료계 모두가 암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지속해서 암 극복을 위해 적극 협력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찬교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chankyokim@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