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사회 안전 위협을 넘어 경제 전반의 위기로 전이되고 있다.
세계에서 확진자·사망자 수가 여전히 늘고 있다. 국가 간 이동 제한, 주요 도시 폐쇄까지 이어지고 있다.
경제는 갑작스런 '부정적 변수'를 만났다. 세계 금융시장은 연일 주가가 폭락하며 패닉에 빠졌다. 기업 가치와 금값이 동반 추락하는 가운데 달러화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 실물경제도 생산과 소비 감소 속에 주요 기업들의 활동 위축이 불가피하다. 세계경제에 드리워진 불황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이번 위기의 본질은 질병이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가 안정되려면 철저한 방역이 우선이다.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 섣부르게 경제의 바닥론을 거론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커 보인다.
당분간 경제와 산업은 수비 위주의 방어 전략이 필요하다. 영세사업자·소상공인 피해 최소화에 정책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다만 정작 더 큰 위험은 큰 기업의 추락에서 나올 수 있다.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주요 기업 가운데 일부라도 현금 흐름에 문제가 발생하면 파장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굵직한 기업이 문제에 봉착하면 관련 생태계에 속한 협력업체의 동반 몰락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를 복원하는 데는 엄청난 비용을 필요로 한다.
그나마 우리 정부가 미국과 통화 스와프를 조기에 체결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또 가능한 범위에서는 국가 재정을 다소 모험적으로 풀어 기업이라는 경제 주체의 추락을 막는 데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를 가정한 공세 전략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산업이 정상화될 때 이익을 극대화하려면 사전 준비가 필수다.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 국가가 부침을 겪고 있지만 이후 회복 국면에서 모든 국가와 기업이 빠른 회복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U자가 아닌 V자 반등을 취하려면 철저한 대비와 전략이 필요하다.
기업은 주요 거래처·소비시장에 대한 정밀한 모니터링을 계속해야 한다. 글로벌 각국의 주요 소비 아이템과 물류 체계를 잘 관찰하면서 언제든 빠른 업무 전환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관리해야 한다. 주요 소재·부품의 공급망관리(SCM)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이런 업무 환경 전반을 잘 준비했느냐가 향후 코로나19 사태 이후 빠른 회복을 결정할 핵심이 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물리적 이동 제한과 비대면 업무는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 이에 걸맞은 조직 관리와 영업 방식의 근본 변화도 모색해야 한다. 경기 불황기에 사업 전환이나 인수합병(M&A) 비용이 상대적으로 덜 든다는 점도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은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경제 위기를 빠르게 회복할 카드를 미리 확보해 둬야 한다. 최근 수년 동안 우리 산업의 기조는 성장보다 분배 위주였다. 이번 위기 이후 빠른 '리바운스'를 위해선 더욱더 기업 친화형 대응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위기에는 움츠리지만 회복기에 모두가 기회를 얻는 것은 아니다.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혁신 성장이 가능한 산업 구조를 만드는 일은 양보없이 계속돼야 한다.
주52시간 근무제나 최저임금제의 탄력성도 더 확보해 둘 필요가 있다. 추후 상품과 서비스 수요가 급증할 때 경쟁자보다 더 큰 기회를 잡으려면 관련 제도를 미리 보완해 둬야 세세한 대응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