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속담이 있다. 수단과 방법이 다를 뿐 목적지에 도달하면 문제없다는 말이다. 서울로 가는 길이 여럿이기 때문에 각자에 맞게 선택해 가면 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궁극으로 서울에 도착하겠지만 언제 도착하며, 그 과정에서 비용을 얼마나 지불했느냐는 다르다.
미국 AT&T, 버라이즌, T모바일 5세대(5G) 이동통신 전략은 속담이 딱 맞는다는 생각이다.
3사는 가입자 확보를 위해 기술 개발과 네트워크 등 설비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5G 선점을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원격진료, 스마트시티, 자율주행차, 초고화질 방송 등은 물론 5G는 이것을 뛰어넘어 상상하지 못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통 연장선에서 단순히 빠른 인터넷 전달이 아니라 네트워크의 완전한 재건축이다. 이에 따라 서비스 가능성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무한한 것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착점인 서울을 향해 미국 3대 통신사는 각자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서울이 5G 고객 확보, 서울로 가는 각자 길은 5G를 가능케 하는 주파수다.
이통 서비스를 기본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주파수가 필요하다. 전 세계의 5G를 위한 서비스는 4G와 다르게 3개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한다. 로밴드, 미드밴드, 하이밴드 또는 밀리미터 웨이브 주파수다.
각 대역의 주파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5G 서비스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여러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해야 한다. 이들 주파수가 서울로 가는 각자의 길이 되고 있다.
현재 미드밴드에만 집중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미국 통신사는 세 가지 대역폭에서 각자 전략에 맞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루트메트릭스가 3대 통신사 대상 5G 테스트 결과를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각자가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음이 확인됐다.
인터넷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넓은 대역폭을 사용할 수 있는 밀리미터 웨이브는 버라이즌이 채택한 주파수다.
T모바일은 5G를 4G 연장선에서 보고 서비스 커버리지 확대에 초점을 맞춰 로밴드 주파수에 집중하고 있다. 합병할 스프린트 미드밴드 주파수 대역으로 4G 롱텀에벌루션(LTE)보다 빠른 속도의 서비스 커버리지를 경쟁자보다 빨리 넓히려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AT&T는 T모바일처럼 로밴드에 주력하면서 밀리미터 웨이브로도 5G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5G 세계에서는 상상을 뛰어넘어 많은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하지만 아직까지 현실감 있게 다가오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상상의 서비스가 언제 어떻게 현실에서 펼쳐질지 모르지만 곧 다가올 것이라는 확신 속에서 5G 경쟁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각자 전략에 따라 서울로 가는 길을 선택해서 경주하는 것이다.
미국 이통 시장 상황을 보며 어리석은 의문(?) 하나가 생겼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다 함께 서울을 똑같은 길로 가고자 하는 것일까. 오직 한 길밖에 없어인가, 모로 가는 길을 몰라서인가.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가?
어느 길이 순탄할지, 어느 길이 빠르게 서울까지 갈지, 비용·효율 측면에서 어느 길이 나을지 지켜보는 재미도 있지만 미국 5G 시장은 한 길만을 걷는 우리 5G 시장에서 한번 참고할 만한 사례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