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물건이 계획대로 팔리면 좋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상황에서 효율적인 재고관리 능력은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차기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백화점은 수많은 품목을 취급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물건을 재고 없이 모두 판매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또한 체인점과 달리 소수 몇몇 매장만을 운영하다보니 재고가 남을 경우 다른 지점에 보내기도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백화점이 재고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다. 백화점이 직접 매장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점포를 입점 시킨 후 임대료 수익을 받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재고는 매장 책임이 되기 때문이다.
재고관리를 위해 무조건 싼 값에 물건을 판매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시간차를 두고 가격을 낮추는 방식을 통해서 위험을 관리할 수 있다. 유명 작가가 새 책을 발간할 때 처음에는 단행본으로 출간해 제 값을 받는다. 해당 작가의 차기작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독자의 경우에는 가격이 비싸도 해당 작가의 신작을 구매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단행본으로 판매하고 난 뒤에 더 이상 판매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면 싼 값의 문고판으로 출판해 추가 판매를 노리는 방식이다. 출판 분야에서 활용하는 이같은 가격 전략을 최근에는 인터넷 TV 등의 VOD 서비스에서 그대로 활용되고 있다. 흥행한 개봉 영화를 처음 VOD 서비스할 때는 해당 영화를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고객을 대상으로 비싼 가격에 판매한다. 이후 단계적으로 VOD 서비스 가격을 낮춰 싼 값에 구매할 의사가 있는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판매 직원을 독려하는 형태로 위험을 관리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보험상품 판매원에게는 일정한 월급을 주지 않고 판매 달성 시 성과급만을 지급하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다. 영업사원에게 월급을 지급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월급의 상당 부분을 고정급으로 지급한 뒤에 성과를 보일 경우 소정의 성과급을 추가로 지급하는 방식과 고정급 비중은 극히 낮추는 대신 성과급 비중을 크게 늘리는 방식이다. 특정 기업이 이 두 가지 방식 중 어느 방식을 선택할지는 위험관리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소수 프리미엄 고객 내지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영업을 수행해야 하는 분야에서는 고정급 비중을 늘린다.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할 고객을 대상으로 성과급을 받기 위해 무리하게 추가적인 영업활동을 수행하다 고객을 놓치면 커다란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영업사원에게 일정 수준 이상 고정급을 지급해 영업성과에 대한 부담을 일정 부분 줄여줘 기존 고객의 문의나 사후 관리 등에도 충분히 신경 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훨씬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이에 반해 매번 새로운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할 가능성이 높은 보험 판매원에게는 고정비 지급 없이 성과에 따른 성과급 지급 비중이 높다. 이미 건강보험 내지 손해보험 상품을 구매한 기존 고객보다는 신규 고객에게 보험상품을 판매할 가능성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보험판매원은 가능하면 많은 신규 고객을 만나야 하고 이들과 새로운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기존 고객의 사후관리보다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태도를 더욱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영업 환경이 급여 체계에 그대로 투영된 것이다.
영업사원에 대한 상이한 급여 체계는 한 회사 내에서도 목격된다. 같은 고객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영업활동을 수행해야 하는 법인영업팀의 경우에는 일정 수준 이상 고정급이 지급되지만, 개개인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리테일영업팀 내지 소매영업팀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고정급을 지급받는 경우가 많다. 이 역시 판매활동 수행 과정에서 유발될 수 있는 위험요인을 관리하기 위한 기업의 전략이 숨어 있는 것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