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업계에 'n번방' 성착취사건이라는 대형 악재가 터졌다. n번방 사건은 텔레그램 메신저 상에서 조직적으로 벌어진 성 범죄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왔다. 범행 과정에서 암호화폐가 활용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하는 꼴이 됐다.
최근 서울지방경찰청은 거래소 업비트, 빗썸, 코인원과 구매대행업체 베스트코인을 압수수색했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박사방에 성 착취물을 유포하면서 대가로 암호화폐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번 압수수색은 조씨의 불법수익 규모를 추적하는 차원이었다. 경찰은 대행업체 '비트프록시'에도 수사협조를 요청했다.
주요 거래소는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피력했다. 범죄혐의 입증 과정에 협력, 오해를 씻겠다는 입장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거래소는 직접 연관이 없다. 수사당국 요청에 적극 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때 아닌 대형 악재에 업계는 울상이다. 강력 범죄에 또 다시 암호화폐가 연루되면서다. 암호화폐는 특금법 개정안 통과 직후 제도권 편입을 눈 앞에 둔 상황이었다. 암호화폐 양성화는 과거 부정적 인식을 전환할 기회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n번방 사건에 암호화폐가 거론되면서 업계는 또 다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암호화폐 이미지 쇄신을 기대하고 있었다. n번방 사건이라는 범죄는 예상 못한 변수”라면서 “사회적 인식이 악화될 것이다. 제도화 후에도 나쁜 인상을 줄까 우려스럽다”고 답했다.
국내에서 암호화폐는 '사행성'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암호화폐 광풍으로 수익률이 널뛰기를 하면서 '투자'가 아닌 '도박' 수단으로 인식된 것이다. 게다가 대형 해킹사건 등에서 범인이 피해자에 암호화폐를 대가로 요구하는 일이 일상화됐다. 범인은 암호화폐 특성상 거래 추적이 어렵다는 특성을 악용했다.
특금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범죄 연루 사례는 상당수 근절될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는 사업 허가를 받기 위해 자금세탁방지(AML) 요건을 충족해야만 한다. 거래 투명성을 담보해야 한다. '검은 돈 거래' 추적이 용이해질 전망이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