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자율주행 주파수 대역 용도 변경 고시에 경쟁 관계인 웨이브(DSRC)·차량사물통신(C-V2X) 진영이 한목소리로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일정 주파수 폭을 와이파이 용도로 재할당하려는 FCC 계획이 자율주행 안전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웨이브·C-V2X 진영 간 기술 선점 논쟁에 와이파이가 새로운 복병으로 등장한 모양새다.
FCC는 지난해 12월 웨이브 용도인 5.9㎓ 대역 75㎒ 폭 용도 변경을 결정, 시행을 예고했다. 1999년 웨이브 용도로 분배한 5.850~5.925㎓ 75㎒ 폭 중 하위 45㎒ 폭은 와이파이 등 비면허대역 서비스 용도로, 상위 20㎒ 폭은 C-V2X에 분배하기로 했다.
중간 10㎒ 폭은 상황에 따라 웨이브와 C-V2X 중 용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60일간 의견 수렴·답변 과정을 거쳐 시행할 예정이었다.
미국도로교통공무원협회(AASHTO)는 FCC의 5.9㎓ 대역 재할당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도로교통 안전성을 높이고 사망사고 축소를 위해 기존 5.9㎓ 대역이 모두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럽·아시아와 비교, 시장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AASHTO는 웨이브를 선호하는 미국 교통국 산하다.
앞서 1월 말엔 하원 교통인프라위원회가 FCC 의장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와이파이 용도 재할당으로 인해 교통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C-V2X 진영 핵심인 포드자동차도 FCC에 계획 재고를 요청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와이파이와의 신호 간섭으로 인접 자율주행용 주파수 간 심각한 간섭을 유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쟁 관계에 놓인 양 진영이 한목소리로 와이파이에 일정 주파수를 할당키로 한 FCC 계획에 제동을 건 상황이다.
당초 웨이브와 C-V2X 경쟁에서 FCC가 C-V2X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양 진영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와이파이 재할당 계획이 새로운 갈등요인으로 부상했다.
FCC는 반대 의견이 잇따라 제기되자 시행을 유보하고 있다. 향후 논의에 따라 재할당 계획 상당 부분이 수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와이파이 문제가 일단락되면 웨이브와 C-V2X 진영간 공방도 재점화 될 전망이다. C-V2X 진영은 대용량 데이터가 오가는 5G-V2X에는 40~50㎒ 폭 주파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거두지 않고 있다. 웨이브 진영은 10㎒ 폭을 분배받더라도 차세대 표준에서 기본 20㎒폭을 사용하도록 돼 있어 사실상 사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국 동향은 국내 정책 수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논의에 관심이 집중된다.
우리나라도 자율주행 통신 기술 관련, 웨이브와 C-V2X 진영 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G+스펙트럼 플랜'에서 2021년까지 5.9㎓ 대역 통신 방식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결정이 자율주행 주파수 정책 수립에 있어 일정 부분 판단 근거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홍승수 에티포스 이사는 “웨이브 혹은 C-V2X 선택 논쟁에 앞서 와이파이로부터 주파수를 지키자는 게 자율주행 입장”이라며 “미국의 의사결정이 늦어지거나 향후 계획이 수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홍 이사는 “국내 의사 결정도 미국 등 선택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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